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가장 앞서…평균 오차율 5% 미만
해줌, ‘한국형 태양광’ 데이터 보유…거래소와 MOU
식스티헤르츠, ‘대한민국 가상발전소’로 신선한 바람
태양광 비해 불리한 풍력, 용량 제한 등 문제점도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개념도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개념도

[전기신문 정재원 기자]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에 따라 재생에너지 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전력계통을 안정화할 정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다. 태양광·풍력은 기상의존도가 높아 발전계획이 어렵고 자체적인 출력량 조정에 한계가 있어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애로가 있다. 따라서 국가의 안정적인 계통 운영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증 결과 발표…총 10개사 합격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란 20MW 초과 태양광 및 풍력 발전사업자 등이 발전량을 하루 전에 미리 예측·제출하고 당일 일정 오차율 이내면 정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에 참여한 자원은 예측 오차율이 6~8%이면 kWh당 3원, 6% 이하일 경우 kWh당 4원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로 계통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자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9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도입을 위해 전력시장 운영 규칙을 개정하고 올 상반기부터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월 발표한 1차 실증사업의 결과 KT, 솔라커넥트, SK E&S 3개사가 예측률 92% 이상을 맞혀 합격했다. 최근 발표된 2차 실증사업에선 총 17개 사업자가 신청해 대건소프트, 대연씨앤아이, 안좌스마트팜앤쏠라시티, 케이씨솔라앤에너지,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해줌 총 7개 사업자가 합격했다. 실증사업에 합격한 총 10개 사업자는 제도 정식 시행 시 등록시험 면제 혜택을 받는다.

◆기업들, 너도 나도 “VPP 대비”…승자는 누구

따라서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앞다퉈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 수익 외 인센티브가 생긴다는 메리트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가 미래 가상발전소(VPP) 본격화 시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확하고 다양한 데이터가 ‘승부수’로 결정되는 만큼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인코어드의 iDERMS VPP 메인 대시보드.
인코어드의 iDERMS VPP 메인 대시보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스(대표 최종웅)다. 지난해 진행된 ‘태양광 자원에 대한 예측 실증’에서 평균 오차율 5% 미만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증명한 인코어드는 지난 3월 전력중개사업자를 위한 VPP 플랫폼 ‘iDERMS (아이덤스) VPP’를 출시한 바있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인코어드는 최근 동서발전, 한수원, 전력거래소, 에스에너지 등의 VPP 시스템 구축 용역을 수주했고 이 밖에도 몇몇 기업들과 수주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는 “오랜 기간 ‘에너톡’ 등 관련 사업을 하며 쌓아온 데이터의 힘이 크다”며 “지금은 사업자마다 발전량 예측 정확도가 크게 차이가 없더라도, 몇백 개 이상의 자원이 모일 때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력에서 차이가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꾸준히 쌓아온 안정적인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통해 나온 결과물을 관리하는 기술력이 인코어드의 힘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해줌은 태양광 부문 강자다. 해줌은 전국의 태양광 발전소 3000~4000개를 직접 소유하고 시공과 유지관리까지 하는 말 그대로 ‘ALL-IN-ONE’ 기업이다. 오랜 시간 태양광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형 태양광’에 적합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 해줌은 전력거래소가 지난 2019년 개최한 ‘제1회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경진대회’에서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태양광·풍력 분야에서 동시 수상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2차 실증사업에 사업자로 직접 참여해 합격했으며, 1차 실증사업에서도 비공식적으로 테스트 기준을 통과했다. 지난 5일 전력거래소와 재생에너지 이용률 정보를 공유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은 데에는 이런 배경도 무관하지 않다.

식스티헤르츠의 대한민국 가상발전소
식스티헤르츠의 대한민국 가상발전소

식스티헤르츠는 ‘대한민국 가상발전소’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식스티헤르츠의 대한민국 가상발전소는 전국에서 가동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8만개와 준공 예정 5만개까지 총 13만개 발전소(총 32GW 규모)를 가상발전소로 만든 것으로 하루 전에 시간대별 발전량을 예측하고, 발전소 집합을 최적화해 예측 오차를 줄여준다. 전력거래소 등에서 공개된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플랫폼을 만들었고 독일, 미국 등 재생에너지 관련 정보와 국내 기상정보를 결합해 ‘햇빛바람 지도’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업계 “발전량 예측제도 문제점 고쳐야”

지난달 30일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통해 분산에너지 친화적인 시장과 제도를 만들어 분산에너지 시장 메커니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신재생 발전량 예측·입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명문화한 바 있다.

탄소중립 문제가 위기로 다가온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이 시장 진입을 노려야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문턱에 업계 관계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량 예측제도 설계 당시 태양광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발전율이 급변하는 풍력은 오차율을 맞힐 수 없어 사실상 참여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정부에서 풍력 설치는 밀어주면서 정작 계통 운영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풍력은 이번 1, 2차 실증에서 모두 탈락해 제도 참여에 대한 기대조차 접은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MW 초과부터 20MW 이하 용량은 제도에 참여할 수 없어 지난해 설명회 당시 전력거래소에 건의했고, 시행령을 바꾸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여전히 변화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사업자들의 불만에 전력거래소는 제도의 본격적 시행 전까지 문제점을 고쳐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진범 전력거래소 전력신사업팀 차장은 “이제 실증사업이 막 끝났고,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10월 전까지 문제점을 계속 고쳐갈 계획”이라며 “출력제한의 경우 시간대 자체를 오차율 계산에서 이미 제외했고, 1~20MW 용량을 참여시키는 건은 규칙 개정 등을 거래소가 직접 추진할 수 없어 정부에 계속 건의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풍력이 사업에서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실증사업 설명회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박 차장은 “인센티브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력계통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본 사업 취지를 계속 지키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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