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전기는 궁극의 에너지다. 무기로서 파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태양광, 풍력, 화력, 수력, 원자력 등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너지의 제왕인 전기가 다른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그 에너지가 수소다. 수소생산에 널리 사용되는 방법의 하나가 전기분해방식이기 때문이다.

수소를 사용해서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궁극의 에너지가 전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값싼 전기가 값싼 수소를 만든다. 그래서 호주나 중국 내륙 등 인구가 적고 태양광 바람 등이 풍부해 발전단가가 낮은 곳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로 수소를 만든다. 수소는 전기의 단점인 보관 문제는 해결했지만, 아직 수소액화기술이 상업화되지 않아 대규모로 수입하기는 쉽지 않다. 대안으로 인프라가 잘 구축된 암모니아로 변환해 수입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석탄을 사용하면 더 싸게 만들 수 있지만,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를 사용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우리나라는 호주처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저렴한 것도 아니다. 원자력에서 생산된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그런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한 사례는 없다.

환경론자나 일부 정치권에서 수소를 강조하는 이유는 원자력의 대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원자력발전소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것이 수소인데 수소 때문에 원전을 더 짓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에 원전 전문가는 없고 비례대표로 환경단체 출신 의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치적 고려가 개입됐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지난 몇 년 동안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은 한국에서 태양광이나 풍력으로는 원자력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원자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추석 연휴 등과 같이 전력수요가 크게 감소할 때 신고리 3,4호기 감발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원전을 더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제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VHTR)는 스팀 온도가 섭씨 800~1000도까지 올라가는 초고온의 열을 사용해서 수소를 매우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은 이미 VHTR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신고리 5, 6호기를 끝으로 원전을 추가 건설하지 않았지만, 수출과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4세대 원자로 상용화라는 측면에서는 중국에 밀렸다는 느낌이 든다.

수소사회의 관건은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저렴한 가격에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호주 등에서 암모니아로 변환해서 수소를 수입하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원자력을 사용해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이 경제성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낫다.

국토가 좁고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는 원자력만이 수소사회를 가능케 한다. 수소는 원자력의 대안이 아니라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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