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정형석 기자]최근 저녁을 같이 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의 발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지금 산업부는 에너지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BH와 국회, 환경부 등에 흔들리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R&D와 제도 개선을 통해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할 책임이 있는 산업부 공무원이 정부 정책의 실패를 얘기하는 걸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한편으로 얼마나 맘이 힘들었을까 하는 애잔한 생각도 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 비겁하게 맹목적으로 따라갔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너무 편향돼 있다. 솔직히 에너지 정책이라는 말보다는 환경정책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전력수급기본계획조차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사실상 환경부 주도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돼 버렸다.

얼마 전 구성된 탄소중립위원회에도 에너지 전문가는 거의 없고 환경 관련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탈원전으로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4년 내내 탈원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 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 2명이 구속되는 비극을 낳았다.

또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보다는 양적 성장에만 신경 쓰면서 태양광이 투기판으로 전락해 중소 사업자들은 연일 정부를 상대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과거 산업부는 가장 실무에 정통한 서기관급부터 국장급까지 모여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쳤다. BH가 큰 틀에서 정책 방향을 제시해도 산업부가 중심을 잡아 에너지 정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지금은 BH와 국회, 시민단체(NGO) 등에 휘둘려 내려오는 지시를 따르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최근엔 주한 외국 대사관들조차 산업부에 적극적인 에너지전환을 종용하고 자국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을 요청하는 형국이어서 시어머니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 곧 있으면 대선정국에 돌입한다. 캠프마다 전문가를 영입해 에너지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마도 에너지정책의 가장 이슈는 탄소중립과 원전이 될 것이다.

산업부는 지금이라도 중심을 잡고,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을 포함한 바람직한 적정 에너지믹스와 제도개선 방향 등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정권 눈치보기나 해서는 산업부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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