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31 양일간 P4G[주1]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P4G는 녹색경제 관련 5대 중점분야(식량·농업,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에서 민관협력을 촉진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파리협정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력체이다. 문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 온실가스배출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분야는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SMR 개발은 미국, 한국,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등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소형원전 SMART[주2]를 개발하여 세계최초로 설계인증까지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 동안 주춤 했다가, 지난 4월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출범하면서 부터 다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50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혁신형 SMR 개념설계 및 기본설계’ R&D 과제로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SMR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할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하나는 전력이 남아돌 때 저장하는 수단이고 다른 하나는 전력이 부족할 때 10분에서 20분 내에 즉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다. 전력저장 방법으로서는 양수발전과 배터리 등이 있지만 둘 다 전력계통 운영 차원의 현실적인 수단은 되지 못한다. 발전설비 중에서는 LNG 발전과 수력발전이 기동정지 면에서 가장 신속하다. 다만, LNG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수력발전은 이미 건설할 만 한데는 다 건설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증설이 어렵다.

SMR은 10~300MWe 정격 소형 원자로를 이르는 말이다. 기저부하용으로 이용되는 대형 원전과 달리 대수 조절을 통한 출력조절이 용이하고, 정전 시에도 자연냉각이 가능하도록 설계하여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따라서 신재생 발전설비 단지 인근에 SMR을 설치하여 잉여전력으로는 수소를 생산하고, 전력 부족 시에는 즉시 전력을 공급 함으로써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초고온가스로’(VHTR[주3]) 방식의 SMR은 수소생산 효율이 높아서 수소공급원으로서의 기대도 크다.

실제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의 증가와 함께 전력수급 불균형이 큰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제주도 전력거래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4.3%였던 지난해 77회에 걸쳐서 신재생에너지 출력제한 조치를 하였으며 점점증가 추세에 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완료되는 2030년에 가서는 전국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수급 불균형보다 더 큰 문제는 전력계통 불안정이다. 2021년 5월 말 현재 한국전력거래소에 등록된 100kW급 이상 발전설비가 8만 5천여 호기이다. 이중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설비와 수력 발전설비가 총 600여 호기이고 나머지는 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이다. 전력계통의 일부 구간에서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바 신재생 발전설비 수가 앞으로도 급속하게 증가하게 되면 현재와 같은 중앙 집중식 계통운영이 불가능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지역별 전력수급 조절과 분산 제어를 통해서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과 함께 송전선로 부족 문제도 해결하여야 한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잉여전력 그리고 전력계통 안정성 문제 극복이라는 공통의 과제 해결을 위해서 세계 여러 나라가 SMR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끝]

[주] 1. P4G: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2. SMART: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3. VHTR: Very High Temperature gas Reactor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장중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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