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대규모의 예산이 필요할 경우, 지자체들은 주로 ‘매칭사업’으로 시도한다. 구(區)나 시(市), 도(道) 의 예산을 더하거나 나아가 나라 예산(국비)까지 매칭해서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의 부담을 줄인다.

보통 사업에서 국비보다 도비가, 도비보다, 시비가, 시비보다 구비의 부담이 커 사업을 주도하는 하위 기초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정부 또는 도, 또는 시에서)예산은 조금만 보태면서 생색은 다 내더라"라고 푸념하는 경우도 자주 봤다.

이런 관점에서 지중화 사업의 매칭구조는 신기하다. 사업의 공익성이 인정될 경우 지자체와 한전이 각각 절반씩 사업비를 분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힘들다. 교육, 복지, 도로처럼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또는 표심 얻기에 좋은) 사업들에 밀려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지중화 사업이 취소된 이유로 지자체가 처음 약속한 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결국 ‘지중화 양극화’라는 단어까지 등장한 가운데, 지자체들이 반길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지중화 사업이 포함되고 관련 법안까지 마련되며 공사비의 30%만 내면 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국가의 지원은 당장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자체의 부담은 줄었지만 한전의 분담률 50%는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번 그린뉴딜 지중화에 대한 한전의 예산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 지자체는 200개곳이 넘고 한 지자체에서도 지중화 사업이 필요한 구간이 여러 곳일 수 있다.

결국 그린뉴딜 지중화는 '한전의 예산이 언제 떨어지느냐'에 따라 지중화 사업의 수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한전의 정해진 예산을 좀 더 잘게 쪼개서 많은 지자체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한전의 분담률을 나눈다면, 처음 의도대로 지자체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여러 지자체들이 신청할 수 있게 돼 사업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조금만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알 수 있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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