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부품 CPU 공급차질, 부품가격 급상승에 납품포기’로 계량기난 겪어
저압 전기공사 업계 “계량기 없어 공사 올 스톱, 거의 파산할 지경” 호소
한전 “물량 확보 가능업체 파악, 계량기 외 하반기 공사물량 상반기 발주”

한 건물에 설치된 스마트계량기.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한 건물에 설치된 스마트계량기.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강수진 기자]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계량기 업계에 이어 계량기를 설치하는 전기공사업체에까지 연쇄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은 계량기의 핵심 반도체 부품인 ‘CPU’ 부족인데, 문제는 국내 계량기 업체들이 이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계량기 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 1월 부품 발주를 내놨지만 하반기에 납품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며 “이제 막 부품 발주를 낸 업체들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몰라 납품 기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계량기 업체들이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때 완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되자 한전과 시공업체들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저압 전기공사업계의 경우 “계량기가 없어 공사가 올 스톱된 상태라 거의 파산할 지경”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CPU는 계량기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반도체 부품으로, 국내 기업들은 현재 실러지(Silergy)사의 국내 총판인 애드넷 글로벌과 중국 등 두 개 루트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이 중 국내 계량기 업체의 절반 이상이 의존하는 애드넷 글로벌의 CPU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장 계량기 수급 불안정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계량기 업체들은 반도체 수급난과 함께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쳐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다.

한 계량기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기타 부품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박스공장 화재로 포장박스도 품귀현상이다. 거기에 부품가격이 30%에서 많게는 500%나 오른 곳도 있는데, 한전에서는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에서도 지체상금을 물리고 있어 이중, 삼중고에 시달린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계량기 업체 관계자는 “조합을 통해 입찰에 참가해 계량기 가격을 잘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부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수급 부족까지 겹쳐 납품을 포기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들이 겹치면서 완제품을 생산해 한전에 공급하는 상황들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현재 제조사별로 제품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기한 내에 납품이 가능한 업체도 있어 상황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며 “공급 가능한 업체 위주로 최대한 수급을 요청하고 있고, 4~5월에는 수급 차질을 빚는 부품의 확보도 가능해 상반기 안에 어느 정도 수급 불안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계량기 수급문제로 인해 당장 시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하반기로 예정돼 있던 계량기 이외의 사업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형태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기공사업계는 실제 현장에서 파악한 바로는 5월에 계량기가 수급되더라도 실효물량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전이 명확한 대응책을 제시할 수 없다면 노후 인입선 교체 공사라도 진행해 경영난에 처한 시공 업체들의 숨통이라도 트이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