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철도 공사 현장 불법 점거
고임금・과도한 복지 요구까지

노조원들이 불법적으로 모터카를 점거하고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불법적으로 모터카를 점거하고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민주노총 전차선노조원들의 집단행동에 전기철도 시공사들이 일방적인 계약조건을 강요받고 있다. 노조측은 철도 시공 단계에서 전기공사가 가장 마지막 공정이라는 점을 악용, 개통 날짜를 볼모로 계약 체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노조원들은 모터카와 궤도를 점거하는 등 불법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전기철도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지역 전차선지부와 민주노총 산하 건설지부의 조합원들은 현재 경상남도 지역의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공사현장에서 파업 및 시위 행위를 최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현장 시공 업체들의 본사 앞에서도 집회 시위를 하고 있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경남 부산을 시작으로 울산을 거쳐 포항에 이르는 142.2km 구간에 복선전철을 개설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 착공해 오는 9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개통은 9월이지만 개통 이전 6개월가량 시운전 기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3월에는 공사가 이미 끝났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전기공사를 담당할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정상적인 공사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조측은 이제껏 현장에서 적용되어온 노임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안은 물론, 각종 복지 혜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상황이다. 현재 전차선 시공 근로자는 배전 전공자 품셈 기준을 적용받는다. 현재 노임은 하루 30~35만원 수준이지만 입찰시에 주로 80% 수준에서 낙찰률이 정해지는 걸 감안하면 업체가 지불할 수 있는 임금은 이보다 낮다. 그려나 노조측은 이보다 10% 이상 높은 임금을 요구할 뿐 아니라 유급휴일 및 경조사비 등 각종 명목의 복지 혜택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근로자들에게 배전 작업보다 훨씬 높은 활선 작업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노조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남부선 현장에서 시공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활선 작업과 전차선 작업은 전류가 흐르는지 여부부터 확연히 다른데 같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니 업체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활선 작업은 전류가 흐르고 있는 전선을 시공하는 작업으로써 여타 작업보다 위험도가 높아 그만큼 노임도 높다. 그러나 전차선 시공은 전류가 끊어진 상태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활선 작업과는 엄연히 다르다.

노조원들이 불법적으로 모터카를 점거하고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불법적으로 모터카를 점거하고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

◆노조, 업체 아킬레스건 쥐고 흔들어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에도 전기공사업체들이 저항하기 어려운 이유는 노조가 업체들의 구조적인 아킬레스건을 알고 이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철도 개설 공사에서 전기공사는 공정의 가장 마지막을 차지한다. 때문에 완공 시기가 늦어지고 개통 일자에 차질이 생기면 모든 책임은 전기공사업체가 지게 된다. 설령 이전 토목 공종에 문제가 생겨 공사 일정이 촉박해져도 전기공사업체들은 남은 일정 안에 어떻게든 공사를 마쳐야 한다.

이를 잘 알고있는 노조는 공사 기일을 볼모로 업체들을 하나씩 압박하고 있다. 노조의 이러한 행동 패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 단계였던 중앙선 현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업체들에게 임금인상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했다. 당시 중앙선 개통 사업은 정부차원에서도 높은 관심을 가졌던 국가 주요 사업이었다. 개통을 앞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찾아 연설을 했을 정도다. 당연히 국가철도공단을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개통일자 준수에 민감한 상황이었고 이러한 부담감은 고스란히 업체들에게 전달됐는데 노조측은 이를 악용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VIP(대통령)가 다녀갔을 정도면 말 다한 것”이라며 “관계 기관 입장에서는 최대한 문제를 안 만들어야 하니 조급해지고, 자연스레 업체는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노조원들이 운행을 앞둔 궤도 위에 조가선을 내팽개치고 철수한 모습
노조원들이 운행을 앞둔 궤도 위에 조가선을 내팽개치고 철수한 모습

◆불법행위까지 서슴지 않기도

이러한 노조의 파업 행위가 일선 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이유는 과격한 불법 행위까지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동해남부선 현장 시공중인 한 업체의 경우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져 해당 업체의 시공 현장을 불법적으로 점거, 영업방해를 일삼기도 했다. 이들은 운행중인 모터카 위에 올라가 모터카를 불법으로 점거했을 뿐 아니라 모터카 뒤에 달린 화차에도 올라타 영업을 방해했다. 모터가 대신 궤도를 점거하는 경우도 있다. 동해남부선은 기존 운행선을 개량하는 사업으로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만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이 시간대에 현장을 점거한 뒤 운행 재개 시간이 다가오면 철수해 영업을 방해한다. 업체들은 공사는커녕 남은 시간 동안 열차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부랴부랴 현장을 정리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노조 불법 행위 앞에서 공권력은 의미가 없다”며 “신고를 하고 철도경찰이 출동을 해도 보고만 있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조 활동이 갈수록 극심해지니 예방 차원에서 먼저 대화를 하자고 연락도 했었지만 ‘다음엔 너희 차례니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