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강수진 기자]“딱 한 판만 더”

그렇게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몇 만원이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건 금방이다.

학창시절 원하는 상품을 손에 넣기 위해 인형 뽑기 앞에서 원가의 몇십 배 돈을 들여 애걸복걸했던 경험이 생생하다. 뽑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과 아쉬움이 동전을 자꾸 넣게 하는 재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돈은 썼지만, 정작 원하는 상품은 얻지 못할 때가 많았다.

최근 판교로 몰려든 트럭들을 보며 과거 인형뽑기 게임이 다시금 떠올랐다. ‘고객이 돈줄인가?’라는 문구가 적힌 트럭은 불합리한 게임운영에 항의하기 위해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보낸 것이다. 그 논란의 기저에 ‘확률형 아이템’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말 그대로 게임 속 원하는 아이템을 확률을 통해 획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돈을 써서 아이템을 간접적으로 획득할 기회를 얻게 되는 구조이며,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반드시 그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게임 이용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지점이 바로 이 확률이다. 게임사들이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를 자율규제로 시행하고 있어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지나치게 낮거나 당첨 확률 0%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 만원, 수억원을 들여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 이용자들은 국내 유명 게임사가 몰린 판교에서 이른바 ‘트럭시위’를 벌이며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와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세를 몰아 ‘확률 조작 국민 감시법’을 만들겠다는 국회의원도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실제 영국, 네덜란드 등 해외 국가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고 있다. 게임이 도박 취급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게임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은 현대사회에서 재미를 찾고, 여가시간을 즐기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게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게임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게임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매출의 퀀텀 점프를 원한다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조작 논란에 대한 조속한 해법 제시와 유저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게임으로 가는 길목에서 게임이 도박으로 추락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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