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엔지니어링 등 수소사업 채비
반도체 제조공정용 가스 등 그린수소 필수
RE100·탄소국경제·ESG 무역장벽 현실화
SK·현대차·포스코·한화·효성 총 42조 투자

삼성물산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건설 및 운영하고 있는 풍력발전 단지 모습.
삼성물산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건설 및 운영하고 있는 풍력발전 단지 모습.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RE100, 탄소국경세, ESG경영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소 사용은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SK, 현대차, 효성, 한화, 포스코가 2030년까지 수소경제에 총 4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에너지사업에서 철수했던 삼성까지 수소를 통해 에너지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소경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5일 수소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필두로 수소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수소경제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필두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과 함께 수소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은 국내 에너지 및 화학사업에서 모두 철수한 바 있기 때문에 삼성이 수소로 다시 에너지사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대기업이 수소경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자 수소 없이는 미래 생존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소경제는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로 만든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사용을 목적으로 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그린수소 생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해외 수입이 불가피하다.

삼성물산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1369MW의 풍력 및 태양광 복합발전단지를 건설 및 운영 중이며 LNG 기지 운영 및 물류 경험이 풍부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각종 화학설비의 설계, 건설, 운영 역량을 갖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수소 운송 및 추진선박 제작 역량을 갖고 있어 삼성그룹 전반적으로 그린수소 생산부터 수입, 저장, 유통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4년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화학 및 에너지사업을 영위하던 삼성종합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토탈을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하고 반도체사업에 집중했다. 그런 삼성이 수소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삼성그룹의 최대 사업분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다. 이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친환경 공정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공정소재까지 대체할 수 없다. 반도체 등 정밀 전자제품은 생산공정에서 식각 및 세정용으로 대량의 불화수소 등 여러 산업가스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수소를 그린수소로 대체하면 그만큼 친환경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대기업들의 수소경제 진출은 구체화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2030년까지 SK그룹은 연료전지 등에 18조5000억원,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에 11조1000억원, 포스코그룹은 수소환원제철에 10조원, 한화그룹은 그린수소에 1조3000억원, 효성그룹은 액화플랜트에 1조2000억원 등 총 4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기업이 수소경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유럽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RE100, 탄소국경세, ESG경영이 무역장벽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RE100은 기업이 제품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글로벌 친환경 캠페인이다. 캠페인 가입은 자발적이지만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가입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해 국내 기업들은 반강제적으로 가입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의 바이든 정부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구체화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탄소세를 적용하지 않은 나라의 제품에 대해서는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27일 유럽의회는 기업의 ESG경영 의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입법권고안을 채택했으며 EU집행위원회는 올 2분기 내에 법률 초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경영에 반영한 지표를 뜻하는 것으로, 유럽연합은 ESG경영을 등급화한 뒤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영업 활동 등에 제약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업계 관계자는 “RE100, 탄소국경세, ESG경영의 무역장벽화는 현실화되고 있고 실행시기도 머지 않았다”며 “수소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계에 마지막 동아줄이나 다름 없으며 오히려 선제적 진출을 통해 세계 수소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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