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량 측정시점이 중요” vs “바나나 6개 먹은 정도”
외부 유출 유무 등 놓고 원자력 업계 ‘갑론을박’
안전성 문제까지 도마 위…한수원 “문제 없어”

최근 월성원전 부지 내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이슈가 원자력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까지 의심되는 만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또 내부 부지의 문제인 만큼 외부 유출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한다.

소량의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과연 무해한가에 대한 각기 다른 주장도 오고 간다. 결과적으로는 월성원전의 안전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수원의 원전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했다.

본지는 이번 삼중수소 유출 문제를 두고 쟁점과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봤다.

◆월성 인근 지역은 방사선에 안전한가=한수원은 원전 부지내에 유출된 삼중수소가 외부까지 유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 제104조에 따라 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선영향 평가를 외부기관과 합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해마다 평가결과를 지역주민과 대외기관에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수원은 또 비계획적 유출을 조기감지, 조치하기 위한 감시절차에 따라 비계획적 유출 가능성이 있는 주요 지역에 대한 삼중수소 배출량 평가 및 주민영향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은 최근 5년 간 월성원전 인근 봉길 지역의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8~9Bq 수준으로 원전 외부까지 확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몇 년 간의 방사선영향 평가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을 의심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

정용훈 KAIST 교수도 최근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이슈 및 소통위원회가 ‘월성 부지 삼중수소 검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주최한 원자력 이슈포럼에서 “부지 내 유출된 삼중수소는 한수원이 회수해서 희석처리 후 배출했다. 현재 밖으로 나간 것은 없어 보인다”며 “인근 지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규정을 넘어섰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누출량 측정은 누출시점에 이뤄져야만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사성 물질도 유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값을 얻어내기 힘든만큼 한수원이 주장하는 8~9Bq/L라는 수치 역시 완전히 신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방사성 물질이 누설되면 희석된다는 걸 다들 놓치고 있다. 희석이 될대로 된 다음 측정하면 어떤 의미가 있나”라며 “단순히 인근 지역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8~9Bq/L 정도 검출됐다고 해서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의 발표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양이 의원은 부지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상황에서 지하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흐름 분석과 같은 시험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이 의원은 지하누설에 따른 원전주변 지역의 영향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소량의 삼중수소 유출 안전하다 VS 안전하지 않다=소량의 삼중수소 유출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원자력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기준치를 넘지 않는 수준의 방사선은 인체에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과 함께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서 검출되는 삼중수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이번 삼중주소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무의미한 수준의 피폭량”이라고 일축했다.

정 교수는 최근 포럼에서 “원전 안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넘침이 없다. 그러나 최근 삼중수소 유출 관련해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줄줄 세고 있으며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얘기”라며 “월성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피폭되는 양은 연간 0.0006mSv에 불과하며, 이는 바나나 6개 정도를 먹었을 때 발생하는 피폭량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공식적으로 체계를 갖춘 곳에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영역인만큼,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안전관리에 대한 정보를 받아서 보고 판단하면 된다”며 “과도한 공포는 과학적으로 봤을 때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정윤 대표는 측정 시점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피폭 시점에 측정값이 정확하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삼중수소가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후에 측정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과거 환경연합 등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성 인근 지역주민들에게서 삼중수소가 20Bq/L 가량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삼중수소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물질이 아닌 만큼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유출 외에는 주민들의 몸에서 검출될 일이 없다. 이미 주민들의 몸에서 이것이 검출됐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기준치 아래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월성 인근 지역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타 지역 대비 2.5배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적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 봤을때 월성 인근 지역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2.5배 높게 나왔다. 원자력 업계는 월성원전에서 발생되는 방사선이 기준치 이하라고만 말하지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가는 거론도 안하는 게 사실”이라며 “원자력계는 주민들에게서 삼중수소가 배출됐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월성원전, 안전한가=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유출 문제는 월성원전의 안전성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수원의 원전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이원영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월성원전이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수처리를 6mm 두께의 스테인레스 철판으로 처리한 경수로와 달리 중수로인 월성원전은 1mm 두께의 에폭시라이너 방수처리가 돼 있다.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에폭시라이너 점검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균열·부풀음 등 525곳의 문제가 발생된 바 있다.

특히 월성 1호기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수조에서 유출된 오염수의 외부확산을 막는 마지막 관문인 차수벽을 점토로 만들었다. 2, 3, 4호기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월성 1호기 차수벽의 건전성을 확인한 적도 없고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지난 2012년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 신축과정에서 월성 1호기 차수막 손상이 발생했으나 한수원은 이를 2018년에나 인지하고, 2019년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또 월성 4호기에서는 소량의 감마핵종 누설이 발생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 수조에서는 7회 가량 미량의 감마핵종이 검출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양이 의원은 한수원이 4호기 사용후핵연료 수조와 관련 지난 2010년부터 보수를 하고 있었으며, 이때부터 감마핵종 누설이 발생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4호기 수조의 경우 타원전과 달리 2010년, 2014년, 2018년, 2019년 등 지속적인 보수작업이 시행됐다. 에폭시라이너의 문제를 넘어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정윤 대표는 2016년 9월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 월성원전에도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16년 규모 5.8 수준의 강진이 경주에서 발생하면서 월성원전도 0.12G 정도의 지진 영향을 받았다. 이 대표에 따르면 월성원전의 부지설계지진 기준은 0.1G다. 기준 이상의 영향이 원전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후 2000Bq/L 정도 누설됐던 삼중수소가 4000Bq/L까지 일시적으로 뛰었다. 국내 삼중수소 배출관리 기준 이내의 수치지만 순간적으로 측정치가 급증했다데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월성원전을 비롯한 한수원의 원전 안전에 대한 미흡한 투자에도 지적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한수원은 국내 24개 원전을 대상으로 50개 종합안전대책을 수립하고 2015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전 의원이 한수원으로 제출받은 후쿠시마 후속 대책 예산 집행 현화에 따르면 초기 예산 1조1226억원은 6070억원 수준으로 조정됐고, 이 가운데 집행액도 3070억원에 그쳤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원전이 저렴한 이유는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안하기 때문”이라며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저렴하게 생각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월성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이 이 같은 안전에 대한 낮은 인식과도 이어져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수원 측은 이 같은 지적들과 관련해 조목별로 반박하며, 월성원전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먼저 양이 의원 등이 지적한 중수로 원전의 에폭시라이너 방수처리는 원 설계사인 캐나다 Candu Energy에서도 이미 안정성이 검증된 방식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수로와 방수처리 방식이 다른건 사실이지만 3갠월마다 수중 카메라를 활용해 주기적인 점검을 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한수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월성 4호기에서 검출된 감마핵종 원인은 지난 2019년 5~6월 중 시행한 사용후연료저장조 보수 공사 이전의 잔량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보수 이후 2019년 6월부터 집수조 유입수에서는 감마핵종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경주지진에 의한 여파도 없다고 강조했다.

경주지진 이후 월성 1~4호기의 지진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구조물, 기기 등 설비 약 3만635개의 점검 및 성능시험을 통해 건전성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또 SFB, 압력관 등 안전정지유지계통 주요 설비가 내진성능 0.3G 이상을 확보, 규제기관을 통해 지진에 대한 설비 안전성도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주장한 삼중수소 수치 증가 역시 지진 발생후 7개월 경과 시점인 2017년 4월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며, 연간 평균값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 만큼 지진에 의한 영향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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