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보수 시기에 신규 수요까지 더해 ‘고성장’ 기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수요 증가세
한국·아시아, 세계시장 성장 견인 예상
국내업계, 고압배전반 등 신시장 주목

세계 각국이 새로운 경기 부양책으로 ‘그린뉴딜’을 점찍고 관련 정책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린뉴딜은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새로운 상황,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발전을 촉진할 핵심과제로 꼽힌다. 21세기 들어서 부상한 여러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돼온 환경파괴가 누적된 결과라는 공통적인 인식이 형성돼서다.

에너지전환 및 친환경 제품 확대 등으로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전기사용량 증가로 인해 국내외 전력산업계도 중장기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보호계전기는 이같은 그린뉴딜 본격화 흐름 속에 고성장을 이룰 전력기자재로 손꼽히고 있다. 기존 노후설비의 교체·보수 수요에 더해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른 신설 수요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린뉴딜, 신재생에너지 확대 골자=그린뉴딜은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뜻하는 말로, 현재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에너지전환을 통해 저탄소 경제구조로 이행함과 동시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고용·투자 창출효과까지 거두는 게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0년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도 이같은 에너지전환의 중요성에 방점이 찍혔다. 에너지전환은 인프라·에너지의 녹색전환에 더해 산업 혁신을 추진함으로써 ‘탄소중립(Net-zero)’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한 대표과제로는 ▲그린 스마트 스쿨 ▲스마트 그린 산단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 5개가 꼽힌다. 그 중 전력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과제는 바로 ‘그린 에너지’다.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육성의 뜻을 시사함에 따라 대대적인 예산 투입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그린 에너지 부문에는 2022년까지 4조5000억원, 2025년까지는 11조30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세부 내용별로 살펴보면, 풍력발전의 경우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고정식·부유식) 입지발굴을 위해 최대 13개 권역의 풍황 계측·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고 배후·실증단지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해상풍력터빈 테스트베드는 경남 창원, 실증단지는 전남 영광에 구축될 계획이다.

태양광은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사업이 도입돼 농촌·산단에 대한 융자지원이 확대되고 주택·상가 등 자가용 신재생설비 설치비가 20만가구에 지원된다.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사업도 본격화된다.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주기 원천기술 개발 및 수소도시 조성을 목표로 오는 2022년까지 울산, 전주·완주, 안산 등 3개 수소도시 조성되며 2025년 3개 도시가 추가조성된다.

이밖에 공정전환을 목표로 석탄발전 등 사업축소가 예상되는 위기지역 대상으로 그린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관리, 해상풍력 설치 플랫폼 등의 신재생에너지 업종전환지원을 촉진, 다각적인 지원책이 시행될 방침이다.

◆보호계전기, 2025년 세계 2.8조 규모 시장 성장=보호계전기는 전기회로에 이상 상태가 일어났을 때 해당 부분을 회로에서 절단시키는 명령기능을 갖춘 장치로, 수배전반 등 전통 전력기자재는 물론 신재생설비 등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핵심 전력기자재 중 하나다.

최근 몇 년 새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국에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친환경 산업 육성 등을 목표로 관련 정책이행에 속도가 나고 있는 만큼 보호계전기 시장도 중장기적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지가 분석한 ‘PROTECTIVE RELAY MARKET; GLOBAL FORECAST TO 2025(MARKETS AND MARKETS)’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9억6100만달러(약 2조1492억원) 수준이었던 보호계전기 세계 시장은 2025년 26억100만달러(약 2조8756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 시장을 구성하는 여러 권역 중에서도 큰 성장을 구가할 지역으로 꼽혔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시장 점유율은 11.5%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급격한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또 상업 활동 증가에 따른 모터 보호계전기 수요 증가, 제조업 비중 확대 등도 시장 성장의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전기사용량은 전력산업계의 시장 확대를 가능케 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까지 세계 전력수요는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 수요의 증가 대응 및 안정적인 전력망 제어를 위한 스마트그리드 확대가 보호계전기 공급을 주도할 것으로 짚었다.

◆국내 보호계전기업계, 아시아·배전반 시장 ‘주목’=보호계전기 시장이 아시아 권역을 중심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시장에 대한 국내업계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보호계전기 시장의 권역·국가별 발전 설비 용량 증가율을 높고 볼 때 아시아 권역은 유일한 ‘대규모 고성장 시장’으로 분류된다. 아시아 권역에서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국가가 높은 경제성장률에 기반해 지속적인 전기사용량 증대가 예상되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혔다.

보호계전기의 최대 수요처인 배전반 시장의 고압 부문도 세계적인 산업 흐름 변화와 함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MARKETS AND MARKETS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압 배전반 시장은 2600만달러(약 285억원)로 오는 2025년이면 3800만달러(약 416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고압 배전반 시장에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반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플랜트·해양선박 및 발전 부문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민수 건설시장은 최저가 시장으로 굳어져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낮고 조달시장의 경우에도 조달전문업체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함에 따라 사업구도 재편이 어려운 탓이다.

반면 플랜트·해양선박 및 발전 부문은 기존 설비의 교체주기가 도래한 데 이어 에너지전환으로 신설 설비 수요가 늘어 보호계전기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품목별로는 지능형 디지털 보호계전기(IED)를 중심으로 한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IED는 선로의 보호, 계측, 제어, 감시 기능을 갖춘 복합형 디지털 보호계전기로 고급·중급배전반 수요 시장에서 공급이 확대되는 추세다.

일례로, 고급배전반 수요처인 ▲장치산업 ▲플랜트 ▲발전소 ▲데이터센터 등에서는 전력품질이 중시되면서 신규물량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대형건물 ▲주거·사무단지 ▲공장단지 ▲관공서 ▲신재생에너지 등 중급배전반 수요처에서도 전력품질 안정성 및 고효율 구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품목 제조기업의 호조세가 예측되고 있다.

국내업계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확산은 필연적으로 보호계전기와 같은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설비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부가가치화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고압 부문과 플랜트 등 하이엔드 시장의 잠재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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