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7일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대하여 국민들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일부 언론에서는 그 내용보다는 발표형식에 대한 적절성을 논하는데 더 치중하는 모양새여서 아쉽다. 현 상황에서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선언한 이유는 국내적인 이유보다는 대외적인 이유라고 해석할 수 있다. GDP대비 수출입액이 80%나 될 정도로 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이기에 기후 악당국의 불명예를 벗어던지지 못하면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라는 속담이 있듯,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없이 선언부터 해 놓고 나면 결국에 가서 국가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우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에너지 공급과 이용 면에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대략 92~93% 정도이다. 2020년도 9월 한 달 국가 총수입액의 16.7%를 차지한다. 에너지 가격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CO2를 주로 발생시키는 석탄과 석유가 1차 에너지의 67.2%, 최종에너지소비의 65.4%를 차지한다. 전력이 최종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7% 이다.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석탄이 43%, 천연가스 27%, 원자력 21%, 신재생 6%, 그리고 수력이 2% 이다[주1]. 즉 석탄발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발표가 임박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34년까지 신재생발전량을 26.3%로 확대하고, 석탄발전량은 28.6%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석탄 화력발전소가 CO2 배출 원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기는 하나, 2034년까지 석탄발전량을 14.4% 포인트 줄인다고 해도 여전히 1차 에너지공급량에서 석탄과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전력부문 못지않게 산업과 수송부문에서 발생하는 CO2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는 뜻이다. 12월 7일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석탄발전 비중이 40.4%(‘19)인 반면에 주요국은 19% (미국:24, 일본:32, 독일:30, 영국:2, 프랑스:1) 이다. 석탄 발전량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다 중요한 내용이 숨겨져 있다.

석탄발전 비중이 1%밖에 되지 않는 프랑스는 원자력발전 비중이 69.9%나 된다. 반면에 탈 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이미 신재생 발전량 비중이 35.5%나 됨에도 불구하고 석탄 발전량 역시 30%나 된다. 영국은 석탄발전 비중이 작은 이면에 신재생 발전량 비중이 35.2%, 천연가스 비중이 41.9% 이다[주2]. 따라서 영국은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17.%(‘19)인 원자력 비중을 더 높이기 위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을 동시에 줄이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란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독일은 유럽전력망과의 연계를 통해서 전력을 거래하고 있다.

2034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소를 60에서 30기로 원자력발전소는 최고 26기에서 17기로 줄이는 대신 신재생 발전설비를 20.1GW에서 77.8GW로 약 4배가량 늘리는 안이 일면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재생 발전설비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송배전설비 확충에 필요한 비용은 제쳐놓고라도 2030년에 이르러서도 석탄 발전량이 주요국에 비해 10% 가량 많다. 이로써 2050 탄소중립이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량의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전기든 열이든 에너지원을 이용하여 생산해야만 하지만 정부 발표 안에는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방식 외에 보다 실질적인 수소생산 및 공급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고온원자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의 여파로 고온원자로 연구지원이 거의 끊겼다고 한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에너지정책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선언뿐인 부실한 대책이 되지 않도록 그야말로 산학연이 함께 지혜를 모아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끝]

[주1] 에너지통계월보, 에너지경제연구원, 2020.12월호

[주2] IEA, Data and statistics, Electricity and heat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장중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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