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총 1.7조 투자, 전주기 양극재 시스템 건설
파이프라인 연결로 생산효율 및 가격경쟁력 극대화
이동채 회장 “인재가 힘”, 복지·역량 강화 과감한 투자

지난 3월 1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47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오른쪽)에게 금탑산업훈장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47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오른쪽)에게 금탑산업훈장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삼성, SK도 줄 세우는 중견기업이 있다. 바로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에코프로그룹이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 1998년 창업주인 이동채 회장이 당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협약을 담은 교토의정서 채택 기사를 접하고 '앞으로는 기후환경 분야가 대세겠구나'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에코프로그룹은 크게 두 가지 사업방향을 갖고 있다. 지주사이자 사업회사인 에코프로가 영위하는 환경사업과 에코프로비엠 등 자회사가 영위하는 배터리 소재사업이다. 환경사업이 에코프로그룹의 시드머니 역할을 했다면 배터리 소재사업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의 4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에코프로그룹은 세계 최초로 포항 영일만산업단지 내 33만㎡(약 10만평) 부지에 배터리 양극재 전주기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고순도 리튬 생산공장(에코프로이노베이션), 양극재의 전 단계인 전구체 생산공장(에코프로지이엠), 양극재 생산공장(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이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에코프로씨엔지)을 건설한다. 특히 각 공장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생산효율성이 대폭 높아지고 비용은 크게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채 회장은 “전구체부터 리사이클링까지 양극재 전주기 시스템 구축을 통해 양극재 부가가치율을 현재 30%에서 최대 7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이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그룹은 올해 그룹 전체 매출액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주사 에코프로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00억원 대비 29% 성장했다.

에코프로가 초고속 성장과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배경은 조 단위의 선수주,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해외 유망 기업의 앞다툰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급계약을 수주했다. 에코프로지이엠은 중국 전구체 및 양극재 업체 지이엠(GEM)사와 합작으로 설립됐으며, 에코프로이엠도 삼성SDI와 6:4 비율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이처럼 대기업도 줄 세우는 에코프로의 힘은 오로지 기술력에 있다.

회계사 출신인 이동채 회장은 환경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대덕연구단지에서 실력 있는 연구원들과 만나며 사업아이템을 논의하고 이들과 함께 촉매 생산사업을 시작했다.

에코프로는 촉매 생산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술과 노하우를 터득했고 이를 통해 제일모직(현재 삼성SDI로 합병)으로부터 배터리 전해액 생산을 의뢰받으면서 배터리 소재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이후 구조조정에 나선 제일모직으로부터 양극재 사업을 양도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소재사업에 나서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전구체 사업까지 진출함으로써 국내 최고의 양극재 생산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에코프로비엠이 한양대 산학협력단의 특허를 통해 생산하는 코어쉘 그래디언트(CSG: Core Shell Gradient) 기술이 적용된 양극재는 안전성이 뛰어나고 수명도 오래가는 특성을 갖고 있다.

CGS 기술은 양극재 입자 가운데에 용량을 결정하는 니켈을 고농도로 배치하고 입자 주변부에는 안전성 역할을 맡는 망간과 코발트를 배치함으로써 용량과 안전성 효과를 모두 갖는 하이니켈 배터리의 핵심 기술이다.

에코프로비엠의 CSG 양극재가 적용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는 아직까지 한 건의 필드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에코프로그룹은 오는 2023년에 현재 1위인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을 제치고 세계 최대 양극재 생산규모를 갖추게 될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삼성SDI와 합작으로 건설 중인 캠퍼스6까지 완공되면 연간 약 12만t의 양극재 생산규모를 갖추게 돼 10만t의 스미토모를 넘어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그룹이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해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배터리 양극재 전주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이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해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배터리 양극재 전주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충북 오창 캠1~4 공장(연 생산량 2만9000t)과 경북 포항 캠5(3만t) 공장을 가동 중이며 캠5N(3만t) 공장을 건설 중이고 추가로 2023년 캠8도 착공할 계획이다. 에코프로이엠은 지난 10월 캠6(3만t)에 착공했으며 내년 4월 캠7, 2022년 10월 캠7N도 착공할 계획이다.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이동채 회장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복지와 역량 강화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IMF 외환위기 때 대부분 사라진 퇴직금 누진제도를 도입해 10년 이상 근무하면 법적 산정 퇴직금의 120%, 15년 이상은 150%, 20년 이상은 170%, 25년 이상 근무 시에는 200%를 지급하는 등 직원들의 퇴직 후 노후까지 보장하는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장기근속과 높은 애사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신년사를 통해 “골목에서, 장터에서, 지하철에서 아들 딸이 삼성보다 에코프로에 입사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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