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안전 최우선이라던 기장군
고리1호기 해체전략엔 입장 애매

해체예정인 고리1호기 전경
해체예정인 고리1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1호기(부산 기장군 소재) 해체전략과 관련 '즉시해체'에 무게를 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기장군(군수 오규석)이 지역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서도 정작 원전 해체 방식에 대해선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다만. '안전'보다 '경제성'에 방점을 둔 '즉시해체'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로. 모순적 행정을 취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기장군은 고리1호기 해체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안전한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해체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로부터 완벽히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해체계획 수립 이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해체전략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기장군이 사용후핵연료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원전 정지로 세수는 줄어드는 반면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보관에 따른 세수가 없어 지방세 확보 측면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한수원은 7월 고리1호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이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명회에서 안전성 측면에서 지연해체가 낫지만 건설 및 운영 경험 인력들을 해체에 투입할 수 있는 등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즉시해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시해체는 15년 정도의 기간에 철거하는 것으로 부지 재활용이 가능하고, 오염된 시설물을 철거해 지역의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방사선량이 높아 해체비용이 높고 철거 작업자들의 방사선피복이 높아질 수 있다.

지연해체는 50년 ~60년의 기간이 소요되며 시간이 흐른 만큼 방사선량이 감소함에 따라 작업자의 방사선피복을 줄일 수 있고, 해체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박모 교수는 “고리1호기 주위에 2호기, 3호기, 4호기, 신고리 1호기, 2호기 등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1호기만 단독 해체했을 때 인근에 다른 원전이 운전 중인 상황에서 즉시 해체의 장점인 부지 재활용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에서도 인근에 다른 원전이 가동 중인 상태에서 하나만 즉시 해체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입장은 갈린다. 경제 활성화와 원전 가동중단으로 세수 감소를 우려 즉시해체를 지지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한수원을 믿지 못한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지연해체를 해야 한다는 주민들도 있다.

기장군 관계자는 “해체전략은 정부와 한수원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기장군 입장은 안전이 최우선이며 즉시해체가 지연해체보다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즉시해체 안전 여부는 한수원의 관리문제”라며 “외국에서 지연해체를 하는 것은 비용문제”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오규석 기장군수가 원자력을 전공한 원전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뽑았지만 그의 전공이나 이력 등을 고려해볼 때 그 역시 원전마피아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계약만료 후 다시 원전 산업계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은연중에 원전업계를 대변한다는 말들이 나돈다.

김모 교수는 “즉시해체가 지연해체와 안전에서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독일 아우토반을 고속으로 질주하면서 운전 실력이 좋아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원전마피아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며 "기장군과 부산시의 이익 및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매 대한민국유권자총연맹 대표는 “기장군은 부산시와 여러 사안에서 자주 대립했으며 다른 자치구에 비해 항상 분명한 입장을 취한 적이 많은데 해체전략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한수원의 즉시해체 전략에 명확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장군이 즉시해체에 동의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체전략은 주민 안전과 관련 중요한 사안이므로 명확한 입장을 속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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