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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임시저장시설, 원전 인근 주민 중심 논의해야
이해관계가 밀접하고 관심도가 높아
윤재현 기자    작성 : 2020년 09월 09일(수) 06:19    게시 : 2020년 09월 10일(목) 16:44
기자는 12년 동안 공직에서 근무했다. 업무 스트레스 중 하나는 행사에 주민들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인기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행사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질서유지를 걱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민들의 무관심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없거나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이내 지자체에서 진행된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 ‘주민설명회’와 ‘공람’이 주민들 무관심에서 끝났다.
주민설명회는 고리1호기가 소재한 기장군은 물론 비상계획구역 이내 지자체인 울산시 전체, 부산 해운대구 금정구 등 12곳에서 838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드러난 숫자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면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고리 원전 최인접 지역인 장안읍을 제외하면 대부분 통장을 비롯해 관변단체 등에서 동원된 사람들이었다.
설명회 분위기 역시 고성이 오고 갔던 장안읍을 제외하면 분위기는 대체로 조용했다. 울산 동구에서는 오히려 원전가동 중단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양산시에서는 한수원 직원들이 수차례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주민설명회를 열지 않았다. 양산시 관계자는 “코로나시국에 주민들을 동원하는 설명회를 강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직 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탈핵단체 입장에서는 불만이겠지만 양산시 담당자의 소신은 공직 사회에서 보기 드문 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탈핵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의 홍보 부족을 지적하지만 공무원은 다른 행사보다 더 많은 홍보를 했으며 홍보는 오히려 시민단체의 역할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지역의 전문가들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해체의 위험성을 운전 중인 원전과 동일시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자도 해운대에 살지만 해운대 주민들 중 원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원전의 위험성만을 생각하면 해운대 마린시티의 아파트 가격이 부산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월성 원전이 논란 끝에 맥스터를 증설한 것과 달리 고리와 영광의 원전 임시저장시설 설치 문제는 결정되지 않았다.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한다면 수조 속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서 건식으로 저장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건식 저장시설이 습식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이 검증됐다.
사실 임시저장시설 설치 문제는 원전 가동과 관련이 있다. 중간저장시설이 없는 현실에서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면 원전은 가동 중단돼야 한다.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원전 가동을 중지시키려는 의도라는 말들도 나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보관으로 인한 세수가 없고 원전 가동으로 인한 세수뿐이다. 원전 소재 지자체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과 관련 이해관계가 타 지자체보다 밀접하고 주민들 관심도 높다.
그래서 임시저장시설 문제의 논의는 원전 소재 지자체 주민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지역실행기구 구성도 관심도가 높은 원전 소재 최인접 지역 주민의 가중치를 높이는 것이 타당하디. 원전으로 인한 피해와 이득 모두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로 범위를 넓히는 것은 임시저장시설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원전 가동에 대한 일반론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그건 공론화를 하든지 국회에서 논의하면 된다.
발전소 최인접 지역에는 경제적 이득도 많지만 여러 제약이 많다. 고리1호기는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장안읍에 들어섰다. 그 당시 분위기에 원전 건설을 반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제 임시저장 문제라도 장안읍 주민들이 결정할 수 있게 해주자. 지난 향토사를 생각하면 환경단체에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윤재현 기자 mahler@electimes.com        윤재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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