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E로 계통 불안해진 제주…출력제어 방안 찾기 골머리
ESS・해저연계선 확대 계획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 안돼
계통・공급 고립된 우리나라…제주 사례 통해 대책 만들어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이 전력계통에 영향을 줘 결국 정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주도에서 현실화 될 수 있다. 특히 봄, 가을철 500MW 이하로 전력수요가 떨어질 때에는 풍력발전 출력을 100% 제어해도 현재 320MW의 태양광 설비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 계통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장길수 고려대 교수는 “현재의 제주도 상황은 정부의 3020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원 설비가 보급될 육지의 상황을 미리 경험하는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원 발전출력 제한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2030년 58GW의 신재생에너지원 설비에 의한 발전량을 크게 제한해야 하고 정책 목표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전 제주지역본부도 태양광 출력제어 방안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전망에 접속된 태양광에 대해선 직접 출력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전에 따르면 자동화개폐기를 통해 원격제어가 가능한 발전소가 91개(61.3MW)에 달하며 원격 제어기능을 설치할 경우 100kW 이상 모든 발전소의 제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제주지역본부는 제주도와 협의해 태양광 발전소가 계통에 연계되는 시기를 조절할 계획이며 무분별하게 발전사업 허가를 내주는 것 보다는 계통운영의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해 발전사업 허가를 내준다는 방침이다.

40MW 용량의 계통 주파수조정용(FR)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주로 이전해 제주계통의 Must Run(발전설비 최소 출력조건) 발전기 역할을 대체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Must Run 발전기 1대가 감소운전을 할 경우 재생에너지의 추가 수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계통과 연계한 ESS에 대해서는 운영결과를 분석한 후 50MW 규모로 추가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의 요청으로 고려중인 250MW 용량의 제2해저연계선을 활용해 제주의 신재생 전력을 육지로 역송하는 것에 대해 기술적 검토를 했지만,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계통운영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제주의 전기를 육지로 보낼 수 있는 200MW 용량의 제3해저연계선 건설이 2022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지만, 용량이 작기 때문에 제주계통 위험을 덜기에는 부족하다.

2~3년 후에는 제4해저연계선 건설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 있지만, 건설비용을 놓고 제주도와 한전간 합의가 있어야 가능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후유증을 제주도만의 문제로 인식할 경우 발전설비 규모가 훨씬 큰 육지에선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선제적 발전출력제약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0~35%까지 높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럴 경우 설비용량은 태양광 64GW, 풍력 29GW에서 태양광 89GW, 풍력 30GW까지 높아진다. 현재 부하를 기준으로 2040년에 전력수요가 100GW이상 까지 높아진다고 가정할 때 경부하기간(봄, 가을철)은 재생에너지 용량으로도 공급의 8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이럴 경우 계통과 공급 안정을 위해 출력제약이 불가피한데, 4035(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35%)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한다면 연간 출력제약비율은 12.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생에너지확충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확대되면서 4월 초 전체 부하 중 신재생이 60%까지 높아졌다. (2020년 4월 1일 실제 계통부하)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확대되면서 4월 초 전체 부하 중 신재생이 60%까지 높아졌다. (2020년 4월 1일 실제 계통부하)

풍력 등 변동성 전원 확대…계통운영 위험성 더욱 높아져

해외 정전사례 남의 일 아냐…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

한국보다 재생에너지원의 보급 비율이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 지난 8월 14일과 15일(현지시간) 순환 정전이 발생했다. 태양광 발전이 줄어드는 오후 5시 이후에도 폭염으로 냉방기 전력 수요가 계속 유지되면서 전력 공급 능력이 부족해진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미국 내 다른 지역과 계통이 연계돼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데도 발생한 전력공급 능력 부족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장길수 교수는 “ 발전소 건설 등으로 사전에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독립 전력계통인 우리나라는 이상 기후로 인한 전력 수요급증에 대한 예측이 더 정확해야 한다”며 “계통 운영자가 실시간 전력 발전량을 알 수 없는 BTM (Behind-The-Meter) 재생에너지원들이 공급하는 전력 부하는 해당 자원의 공급 능력이 사라질 때 나타나며 이러한 부하의 양은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최대 전력 수요 시점이 변화되기 때문에 날씨에 따른 최대 전력 수요 시점과 최대 수요량을 잘 파악해 햇볕이 없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경우를 대비한 여유 발전 용량 산정에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해야 한다”며 “특히 갑자기 구름이 끼거나 풍속이 급변하는 경우에도 규정된 주파수와 전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빠른 대응이 가능한 보상 설비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해외에서는 크고 작은 정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9일 영국에서 낙뢰로 발생한 고장에 정상적으로 대응했지만 혼시(Hornsea) 풍력단지의 탈락에 의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고,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로 인한 송전선로 고장 후 태양광 발전 접속점의 전압 강하로 1.6GW의 태양광 발전 추가 탈락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30일 새벽 제주도 내 154kV 송전선로 중 하나에 낙뢰로 인한 고장이 발생했다. 정해진 보호 절차에 의해 정상적으로 고장이 제거됐지만 당시 운전 중이던 160MW의 풍력 발전 중 절반 가까이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의 경우 육지와 연결된 해저연계선에서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받아 위험을 넘겼다. 해저연계선의 경우 주파수 변동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설비이기 때문에 별 문제없이 넘길 수 있었다.

한전 전력계통 관계자는 “제주의 경우 전체 발전량 중 22%를 연계선이 담당한다” 며 “하지만 육지의 경우 국가 간 연계가 안되어 있다 보니 계통위험 상황에서 가장 빨리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국가의 경우 풍부한 수력을 활용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극복하고 있으며 국가 간 연계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는 만큼, 계통 및 공급의 고립된 만큼 제주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28일에는 신보령 발전기 고장으로 주파수가 떨어지면서 태양광 발전이 추가로 탈락해 주파수 하락 폭을 더 크게 만드는 상황도 발생했다. 당시 예비력이 충분해 전력 부하의 탈락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해당 상황이 365MW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발전 중인 시간에 제주도에서 발생했다면 태양광 발전의 추가 탈락에 의해 더 큰 문제로 확대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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