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량 14.4%
안정적 계통운영 위해 출력제약 불가피
향후 육지서도 같은 상황 발생 가능성 커

제주도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출력제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약도 문제지만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가 전력공급 안정을 위협하고 있어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보급에 역점을 둘 것이 아니라 전력계통, 수급안정까지 종합적인 고려가 절실한 상황이 됐다.

현재는 제주도에 국한된 문제일 수 있지만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20%까지 늘리겠다고 목표를 세운 만큼 현재 제주의 현황은 3~4년 내 육지에서 발생할 수 있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제주도의 전력설비 용량은 178만kW다. 제주 LNG복합 등 중앙급전 발전기가 76만kW(43%), 신재생발전기가 62만kW(35%), 육지에서 공급하는 연계선 용량이 40만kW(22%)로 구성됐다.

2019년 기준 발전량을 보면 중앙급전이 54%, 연계선이 31.6%, 신재생이 14.4%를 차지했다.

문제는 제주지역의 전력수요다.

전력수요 대비 발전설비가 많다 보니 예비력이 넘쳐난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 때문에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이 줄면서 전력수요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제주지역은 14일 오후 6시 최대전력 100만9000kW를 기록해 100만kW를 맞이했지만 여름철을 제외하고 평소 50만kW 초반의 전력수요를 감안할 때 178만kW의 설비용량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62만kW에 달하는 신재생 용량은 현재 제주지역의 부하특성을 고려할 때 계통운영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협할 만큼 높아졌다.

앞으로 신재생 설비는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진행 중인 풍력발전 35만kW와 발전허가를 받은 태양광 설비 51만kW를 포함하면 총 86만kW설비가 추가로 전력계통에 연결된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재생에너지발전을 해도 계통에 연결이 안 돼 출력제어(Curtailment)를 하는 빈도와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제어횟수는 15회에 불과했던 것이 2019년에는 46회로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 43회로 증가했다. 제어비용도 꾸준히 늘어 최근 3년간 제어비용은 43억원에 달한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고도 전력공급 안정성, 계통문제 때문에 공급하지 못하고 버리는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셈이다.

무작정 늘린 재생에너지 간헐성 때문에 정전 위험까지 높아져

봄・가을 재생E 발전량 60%까지 증가…연계선 없었으면 ‘아찔’

제주지역 전체 발전설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35%다. 실제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량은 2019년 연간 실적기준 14.4%다.

조성빈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기획실장은 “제주는 평균 65만kW의 전력수요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데 평일 낮시간 평균을 보면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40~5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봄·가을철 경부하 기간에는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60% 가까이 근접 할 때가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1일 오후 4시에 전체 부하 62만kW 중 신재생 출력이 37만2000kW를 기록해 발전량이 60%를 넘었다. 재생에너지로 발전량이 늘면 친환경 전기공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당시 전력계통 운영 기관들은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가슴을 졸였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갑자기 전력생산이 줄어들 경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비설비들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규모 정전은 불가피하다. 제주 전력계통의 안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은 육지와 제주 간 연결된 HVDC 연계선로다.

15만kW, 25만kW 용량의 2개 선로가 연결돼 있는데 제주 전력공급의 핵심역할을 한다.

전력계통 전문가는 “제주가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금처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연계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발전설비 계획에 앞서 계통계획이 선행돼야 했지만 CFI(Carbon Free Island) 정책을 성급히 추진하면서 전력공급 전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출력제어(Curtailment)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사업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발전을 하고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해 발전비용을 못 받는 상황이 점점 많아지면서 대규모 투자를 한 사업자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까지 더해질 경우 출력제어는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대한전기학회 학술대회 자료) “올해 100회 이상의 출력제어가 예상되며,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 2022년 240회까지 출력제어가 증가할 경우 손실액은 227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출력제어 횟수가 늘어나면 전력당국과 사업자 간 다툼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출력제어를 하더라도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보상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력제어에 대해 정확히 이해를 못하다 보니 불평도 쏟아낸다. 하지만 조성빈 전력거래소 실장은 “현재는 신재생발전량이 전원믹스를 결정할 정도로 기존 발전설비는 전압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기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터빈을 돌리는 발전기들은 전압과 주파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제주에선 중앙급전 발전기와 연계선이 그 역할을 한다. 소위 발전설비 최소출력 조건(Must Run)을 맞춰가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야 하는데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기 위해 Must Run을 최적으로 운영한다.

한전 관계자는 “연계선을 포함해 경부하시간에는 4대, 피크부하시간에는 7대의 발전기를 운영하는 것이 최적의 조건이며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출력제어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효자 역할을 하는 것은 HVDC #1, #2 연계선이다. 제주도 전체 발전량의 22%를 차지하면서 육지의 SMP(계통한계가격)를 적용받기 때문에 경제성도 있다.

또 연계선은 발전기로 치며 가장 빠르게 기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백업하는 최적의 설비가 됐다. 연계선은 수도꼭지 다루듯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면 연계선을 통한 발전량을 낮추고, 높이고 수급조절의 핵심 역할을 한다.

육지와 제주를 연결하는 연계선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한전은 오는 2022년 말까지 #3 연계선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에서 발전한 전기를 육지로 역송하는 기능을 추가했지만, 제주에 계획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감안할 때 20만kW 용량의 #3 연계선은 현재의 문제를 조금 완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전력계통 전문가는 “발전설비를 늘리는 계획에 앞서 계통계획과 전체적인 발전믹스에 대한 계획이 필요한데, 재생에너지를 무작정 늘려 발전도 못하는 상황이 제주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볼 때 제주도의 문제가 육지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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