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대립 아닌 조화 이뤄야

“전력시스템은 지구에서 가장 큰 시스템입니다. 모든 발전소와 수용가들이 하나의 전력계통에 연결돼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스템입니다.”

기자는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원자력산업학과 교수가 본지에 기고했던 글을 읽을 때마다 공대 교수의 필력이 인문대 교수 못지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 중간에 비유와 은유를 적절히 사용했다. 알고 보니 그는 시인이었다. 지난해 등단했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은 다채로웠다. 한국전력기술(주)에서 8년, 삼성전자에서 6년 근무했다. 그 후 인터넷포털 사업을 진행하다 전기설계 전문회사에서 운영총괄(COO)을 맡으면서 잠실롯데월드타워 전력계통 설계 컨설팅을 비롯해 국내외 발전소 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전문 과학자는 아니지만 이론과 다양한 실무경험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3년 KINGS 교수로 임용됐다. 원자력을 도입하고자 하는 나라의 인재들을 훈련시키는데 장 교수는 적임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두 발은 과학이라는 대지위에 서 있지만 눈은 사람을 향했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과 인문학이 좋다고 했다. 지금은 리얼엔젤(realangel)이라는 코칭 카페 블로그를 운영한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장 교수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대립이 아닌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그 예로 원자력발전을 통해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병합 발전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시행된 신고리 3‧4호기의 출력감발을 예로 들면서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스팀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전에 일부를 추가해 수소를 생산하면 발전출력을 제한하더라도 원자로는 정상운전을 계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소는 연료전지와 수소전기차 등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현존하는 어떠한 에너지 저장장치보다 활용성과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운전 중인 경수로형 원자로 냉각재 출구온도는 300°C 정도로써 전기로 추가가열로 수소 생산이 가능하며 물 전기분해방식에 비해 1.5배 이상 효율이 높다. 하지만 850°C 이상에서 운전되는 제 4세대 초고온가스로일 경우에는 추가가열 없이 열화학적 수분해 방법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하여 수소생산효율이 물 전기분해방식에 비해 약 3배 정도로 높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수소는 주로 화학공정의 부산물인 부생 수소로써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밖에 천연가스 개질방법이 있지만 경제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래서 장 교수는 “지구 온난화 방지와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원전을 수소병합 발전소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자력이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한국은 원자력기술면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이고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이 곧 국가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자신의 위치를 “전기를 전공했지만 원자력 산업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학회와 원자력학회는 소통이 많지 않다”면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하나의 전력계통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함께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프로필]

장중구 1959년생

인하대학교(석사)와 명지대학교(박사)를 졸업하고 한국전력기술(주), 삼성전자(주) 및 상진기술(주)에서 전력계통과 자동제어설비 설계를 했으며 현재는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원자력산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