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연료 LNG 전환 확대, 2030년 최대 184만t 수요
작년 민간 직수입 728만t, 총 수입물량 중 17.8%
“민간 영역 늘어나면 완전 개방도 가능할 것”

국내 천연가스 수입 현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국내 천연가스 수입 현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LNG(액화천연가스)시장 개방 폭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자가사용물량만 직수입이 허용되던 것에서 최근에는 벙커링 물량도 직수입이 허용됐다. 특히 벙커링 분야는 동일 사업자간 사고파는 것까지 허용돼 시장 개방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함으로써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을 신설했다.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은 천연가스를 선박 연료로 공급하는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전문용어로 LNG 벙커링이라고 한다.

앞으로 선박 연료로 LNG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선박연료의 황함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췄으며 2025년부터는 0.1%로 더 낮출 예정이다.

기존에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던 선박들은 크게 3가지 방법으로 규제에 대처하고 있다. 황함량을 낮춘 선박유를 사용하거나 황성분을 포집하는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LNG를 사용하는 것이다.

스크러버 방식은 벌써 도태 위기에 놓였다. 설치비용이 비싼데다 연비가 떨어지고 바닷물 오염문제도 있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스크러버 선박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IMO의 추가 규제는 선박유까지 도태시킬 것으로 보인다. IMO는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 2050년까지 50% 감축시킬 계획이다. LNG는 벙커C유보다 25% 가량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NG 연료에 수소연료전지를 합친 하이브리드 방식이 향후 유력한 선박 연료 체제로 전망되고 있다.

LNG 벙커링 기능을 갖추고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와 제주애월기지를 왕복하는 제주LNG 2호선.
LNG 벙커링 기능을 갖추고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와 제주애월기지를 왕복하는 제주LNG 2호선.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선박 연료의 20~30%는 LNG로 전환되고 이에 따른 LNG 벙커링 수요는 2030년 2000만~3000만t, 2040년 4000만~70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LNG 벙커링 수요도 2030년 136만~184만t, 2040년 343만~505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 연료추진선박은 182대이며, 222대가 발주된 상태다. 이에 비해 현재 운항 중인 LNG 벙커링 선박은 15대밖에 안돼 앞으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LNG 벙커링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 비해 파격적 혜택을 제공했다.

우선 자가사용물량과 같이 벙커링 물량에 대해 직수입을 허용했다. 또한 정부승인 필요 없이 신고의무만 부과해 물량 및 가격 규제를 완화했으며, 벙커링 사업자간 물량 처분도 허용했다. 증발가스·긴급 수급안정·효율적 처리를 위한 물량에 대해서는 3자 처분을 허용했다.

LNG업계 한 관계자는 “현 가스시장의 규제를 감안하면 LNG 벙커링 규제는 대폭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시장 개방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사업자의 LNG 직수입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LNG 직수입 물량은 2016년 215.5만t, 2017년 465.5만t, 2018년 617.3만t, 2019년 728만t으로 매년 대폭 증가하고 있다. 직수입 비중도 2016년 6.3%에서 2019년 17.8%로 확대됐다.

앞으로 직수입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고 LNG발전을 대폭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따르면 석탄발전 설비는 2019년 36.8GW에서 2034년 29GW로 감소하고 같은 기간 LNG발전 설비는 39.7GW에서 60.6GW로 대폭 증가할 예정이다.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한전 계열의 발전 5사도 LNG발전 전환과 함께 직수입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사용분에 벙커링 물량까지 직수입이 허용되면서 정부가 천연가스시장 개방을 위해 점차 민간 영역을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시장 개방이라는 게 단번에 할 수 없고 조금씩 천천히 하는 것”이라며 “직수입 물량이 늘어나 민간 영역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완전 개방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LNG벙커링은 천연가스를 선박 연료로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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