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면 자유화 4년 만에 14%까지 증가...결합상품 등 가격 인하 효과 커

일본 전력판매시장 완전 개방 4년 만에 가스·통신 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예상을 훨씬 웃도는 14%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싱크탱크인 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일본 전력산업 이슈 및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신규 전력판매회사는 654개에 달했으며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1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전력회사의 역외 판매를 위한 100% 자회사를 제외한 실제 신규 판매사의 시장점유율은 14%를 기록했다.

특별고압의 경우 점유율 변화가 없었지만 고압의 경우 24.0%, 저압은 15.7%까지 신규 판매사의 시장점유율은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동경과 관서 등 대도시와 북해도 등 전기요금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범위로는 고압과 저압을 중심으로 사업 진출이 활발했다.

이처럼 가스와 통신 등 신규 진출회사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기존 대형 전력회사의 판매하락 원인은 결합상품을 활용한 가격인하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신규 판매회사들은 고객 유치 차원에서 대형 전력회사 대비 일정 수준 할인된 가격으로 설정하는 전략을 구사해 대형 전력사 규제요금 대비 3~5% 낮았다.

가스‧통신 등 본업의 영업망을 보유한 신규 판매회사는 기존 영업망을 활용한 고객 확보가 가능해 전기 판매사업 진출에 따른 비용 증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 결과 동경전력의 경우 당초 5%p 내지 최대 10%p 시장점유율 하락을 예상했지만 올해 2월 기준 25%p나 하락했다.

특히 가스회사는 연료조달에서 경쟁력이 있고 공급지역 내 영업망을 활용하는 게 장점이다. 통신회사도 기존 전국 영업망을 활용해 전력판매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 전력회사들은 당초 역외 판매 자회사가 최대 경쟁 상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대 경쟁지역인 수도권‧관서지역에서 가스사업자(동경가스, 오사카가스), 전국적으로는 통신회사(KDDI, 소프트뱅크)가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신규 판매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일본 정부는 신규 판매사의 전원조달 어려움을 해결하고 판매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매전력시장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이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대형 전력회사들에 대한 신뢰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소매시장 전면자유화 이후 경쟁사들의 치열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동경전력은 원전 사고 책임에 대한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TV 선전 등 대중매체 홍보를 시행하지 않았다.

반면 신규 판매사는 신재생 중심으로 전원을 구성해 원전을 보유한 대형전력사와의 대조를 통해 원전을 기피하는 소비자를 공략했다. 결국 경쟁에 있어 요금제도와 서비스 외에도 기업 신뢰도, 환경적 측면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기존 전력회사와 신규 판매회사 간 가격경쟁과 함께 결합상품 중심의 서비스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 가스, 통신 등의 결합상품은 고객 이탈률이 낮아 이종사업 기반 신규 판매사에는 본업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형 전력회사에는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요금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앞으로 대부분의 발전력을 보유한 대형 전력회사의 발전-판매 간 내부거래로 신규 판매사 대비 전력조달비용이 낮아 파격적인 가격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과 미국 기업들의 일본 시장 진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석유회사 쉘은 지난해 7월 판매사업자 등록을 했으며 이탈리아 에넬도 2021년 시행예정인 가상발전소(VPP) 시장 선점을 위해 일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은 23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전력시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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