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한빛, 2030년 한울, 2031년 고리 습식저장조 포화 전망
설계 등에 8년 소요 예상...내년까진 작업 돌입해야
2020 원자력연차대회에서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두고 ‘백가쟁명’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0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주제로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0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주제로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한빛·한울원전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방안을 마련하는 문제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029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조가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이용률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수원 내부적으로 가압경수로를 위한 임시저장시설 설계에 시간이 필요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설계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일부 호기를 제외한 경수로에 중성자흡수체를 부착한 조밀저장대를 적용함으로써 사용후핵연료 저장량을 1.5~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노력을 거듭하고 있지만 월성원전 이외의 원전에서도 임시저장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특히 고리원전의 경우 습식저장조 포화문제와 더불어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습식저장조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겹쳐 다른 원전보다 상황이 더 시급하다.

지난 7일에는 오규석 기장군수가 “고리 1호기 해체에 앞서 고리원전 안에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리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1인시위를 한 바 있다.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재검토위원회 역시 지난 10일부터 3일간 전국 의견수렴을 위한 종합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월성지역실행기구가 주관하는 경북 경주시 의견수렴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어 이달 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월성지역실행기구가 경주지역 주민의견을 수렴해 재검토위에 전달하면 재검토위가 이를 반영해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한수원은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용후핵연료, 원자력연차대회 의제로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0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도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과 관련한 내용이 하나의 세션으로 구성됐을 정도로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윤창 한국수력원자력 사용후핵연료부 부장,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기술환경연구소장 등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과 이에 대한 재검토 등 관련 현안을 놓고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국내 사용후핵연료 관리역량과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 시 문제점 등을 언급하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조속히 재검토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구 소장은 청중들과 외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공유하고 다양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처분시설이 없는 게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이라며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끝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내비게이션에 비유한 구 소장은 “현재 가능한 최선의 길로 가다가 중간에 새로운 통로가 발견되면 경로를 변경하듯이 관련 기술도 새로운 기술로 갈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핵심으로 ‘법제화’를 꼽았다.

그는 “2017년에 고준위폐기물과 관련한 법제화 움직임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마무리까지는 가지 못했다”며 “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 때문에 지난 2015년부터 5년 동안 사용후핵연료와 관련 분야에서 연구·개발(R&D), 사업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동건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장은 지금까지 국내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데 난항을 겪은 이유를 후행기술개발에 대한 소극적인 투자, 기술개발 과정에서 부처별 협력 미비 등으로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조속한 재검토 ▲고준위폐기물의 자세한 정의 ▲지하연구시설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 구축을 늦출 수 없으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조속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는 한수원이 가압경수로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두 가지 R&D도 소개됐다.

정 부장은 “R&D는 저연소도 연료, 고연소도·결함 연료 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이 중 2025년까지 인허가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저연소도 연료 관리 개발이 이뤄진다면 기존의 방식보다 30% 부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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