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원자력이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으니 자부심을 갖고 공부하라고 하시던 한 원로교수의 말이 떠오릅니다.”

원자력, 그중에서 발전과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는 한 학생의 발언은 에너지 분야 종사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는 청년들이 원자력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국내 원자력 산업은 원전 수출까지 이뤄낸 효자산업이었을 것이다.

원자력은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한 산업군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밑바탕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원자력발전은 탈원전 논란 속에서 ‘안전하지 않은’ 발전으로 치부됐고 이는 안전한 원자력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기술자들의 사기를 땅에 떨어트렸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최근 집중포화를 맞은 석탄발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석탄발전도 원자력발전과 마찬가지로 쉬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며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해냈다.

석탄발전업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기후 악당’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국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두 인물의 죽음 이후 ‘공과(功過)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원자력·석탄발전은 공과 과를 따지자면 공(功)이 훨씬 크지만 급격한 정책변화 탓에 공과를 평가받을 시간도 없이 퇴장당하는 모양새다.

발전설비가 실제로 폐지될 때의 반응은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원자력·석탄발전의 폐지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 역할을 다 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발전설비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약 40년간 국제 원자력 사고·고장 4등급 이상에 해당하는 ‘사고’가 없었던 원자력발전도, 법에서 정한 기준치보다 더욱 엄격한 내부 기준치를 만들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던 석탄화력발전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

일종의 세대교체로 볼 수도 있는 에너지전환이 이렇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정책이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합리적인 정책을 통해 떠나는 자가 박수받고 새로 떠오르는 자가 격려받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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