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이익으로 시장 교란하는 행위 없어져야"

구리,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는 전선업계에서 규모를 막론하고 가장 크게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전선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원자재를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들여오면 수익을 남기기 쉽고 다른 업체보다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자재를 저렴하게 사들여 얻은 이익을 챙기지 않고 완제품 가격 자체를 내리는 업체들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업체들이 적정선에서 원자재를 구입하고도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류인규 씨앤아이 대표가 위원장 자리를 맡은 전선공업협동조합의 ‘공동구매전문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류 위원장은 “공동구매 전문위원회의 역할은 공동구매를 통해 원자재를 낮은 가격에 구입해 기업의 이익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으로 생산의 안정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시장의 가격 안정화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위원장은 전문위 활동을 통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원자재를 좋은 가격에 구매해 생기는 차익을 기업들이 이익으로 가져가자는 것이다. 원자재를 통한 출혈경쟁 및 과다경쟁으로 계속해서 제품 가격은 낮아지고 기업들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자는 의도다.

류 위원장은 “원자재를 좋은 가격에 잘사면 기업이 이익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걸 시장에, 고객에게 줘버리면 정상적인 가격으로 원자재를 산 사람이 먹고살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좋은 가격에 원자재를 사서 차익을 남긴다. 지극히 정상적인 논리지만 실제 사정에서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류 위원장의 생각에 원자재를 취급하는 업체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원자재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닌 원자재 시장을 포함한 전선업계의 안정을 위한 방안이라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변화에 소극적인 전선업계의 분위기다. 류 위원장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공동구매의 효과를 조합 회원들에게 증명하려 한다. 원자재 구매 경험이 많은 회원들로 꾸려진 전문위원회 차원에서 먼저 공동구매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공동구매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조합 구성원들도 참여하고 파이도 어느 정도 커야 한다”며 “조합 회원들은 당장 돈이 되는 사안을 원하지만, 원자재 가격을 공정하게 가져가고 나머지는 각자 직원들이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변화에 함께 하려는 회원들과 후배들의 성원도 늘고 있다”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개선하고 변하려는 모습에 전선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아가 류 위원장은 앞으로도 전선업계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개선과 변화,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며 “적어도 개선하고 변화하는 데까지는 생각을 바꿔준다면 맞다고 믿고 따라오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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