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배우 정진영의 첫 연출작...18일 개봉
조진웅 “아주 미스터리하고 미묘한 맛의 영화”

▲의문의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라진 시간’ 포스터
▲의문의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라진 시간’ 포스터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라는 말이 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c Erikson)이 도입한 개념이다. 정체성(正體性)의 사전적 의미는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성질’로 이 정체성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라진 시간’은 자신의 삶을 추적해 나가는 예측불허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영화적인 재미를 전하는 한편 삶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만드는 주제의식으로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할 예정이다. 영화는 이달 18일 개봉한다.

◆삶의 정체성, 드라마로 풀어내다= 의문의 화재사건 수사를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에 온 형사 형구. 처음엔 평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묘한 낌새의 마을 주민들부터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조사를 진행하던 어느 날 그는 화재사건이 벌어진 외지인 부부의 집에서 깨어난다.

갑자기 형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마을 사람들. 집에 갔더니 다른 사람이 살고 있고, 부인은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데다가 자식은 온데간데없이 존재 자체가 증발했다. 집도, 가족도, 직업도 내가 알던 모든 것이 사라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형구는 자신이 기억하는 삶을 되찾기 위한 추적에 나선다.

“삶의 정체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을 미스터리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관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길 원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정진영 감독. 하루 만에 자신의 모든 것이 사라진 사건을 다룬 신선한 설정과 과연 형구가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전할 예정이다.

◆관록의 배우, 영화 연출 도전= 정진영은 연극 ‘대결’(1988)로 데뷔한 이래 영화, 드라마는 물론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해왔다. 특히 ‘황산벌’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등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persona)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는 총 4편의 1000만 영화 ‘왕의 남자’ ‘7번 방의 선물’ ‘국제시장’ ‘택시운전사’로 당당히 1000만 배우에 등극했다.

그런 그가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어렸을 적 막연하게 영화 연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며 “오랫동안 내 능력 밖의 일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50살이 넘어가면서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한 정진영 감독은 스토리부터 각본까지 직접 준비하며 연출 데뷔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실제로 촬영을 하고, 또 개봉해서 관객들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마치 꿈같다”며 신인 감독의 설렘을 고백한 정진영 감독은 “투박한 이야기 속에 인생을 대하는 한 남자의 진정성과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해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개성파 후배 연기자들의 지원사격= ‘명량’ ‘암살’ ‘독전’ ‘완벽한 타인’ 등 충무로 대세 배우 조진웅이 하루아침에 삶이 뒤바뀐 형사 ‘형구’ 역을 맡아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인물의 복잡한 심경 변화를 섬세하고 촘촘하게 그려냈다. 조진웅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형구가 느끼는 심리적인 다이내믹함이 상당했다”며 “관객들 또한 이를 함께 목도하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드라마 ‘신과의 약속’ 배수빈과 ‘굿캐스팅’의 차수연은 비밀을 지닌 외지인 교사 부부로 극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이끄는 ‘수혁’과 그의 아내 ‘이영’ 역을 각각 맡았다.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변성대왕으로 분했던 배우 정해균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웃이자 이 애틋한 부부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마을 주민 ‘해균’ 역을 맡았다.

‘본 어게인’ 장원영은 무언가 숨기고 있는 마을 이장 ‘두희’ 역을, ‘하이바이, 마마!’ 신동미는 형구를 모르는 형구의 아내 ‘지현’ 역을, ‘번외수사’ 이선빈은 형구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문화센터 강사 ‘초희’ 역을 연기했다. 데뷔 33년 차 배우 출신 신인 감독, 정진영을 위해 탄탄한 내공을 가진 후배 연기자들이 지원사격에 나서며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감독과 배우로 만난 정진영·조진웅= ‘사라진 시간’(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이 지난 5월 21일 제작보고회를 개최했다. ‘감독 정진영 & 배우 조진웅의 대담’ 방식으로 진행된 제작보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화계 사상 최초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이날 정진영 감독은 배우 조진웅에 대해 “복잡한 심리를 묘사하는 원테이크 장면이 있었는데 긴 장면임에도 명연기를 보여줬다”며 “아름다운 연기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맛이 있었다”며 “해저 깊은 곳에 있는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고 전하면서 개봉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사라진 시간’ 인물 관계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 인물 관계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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