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신뢰 바탕 글로벌 케이블시장 선도 기업으로”
지난해 대형 프로젝트 다수 수주 1분기 매출 3630억 6년 만 최대실적
미・유럽 등 노후전력망 교체수요에 효율적 대응 위한 솔루션 개발 매진

지난해 5월 취임한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은 2015년 대한전선에 합류, 수석부사장으로서 사업부를 총괄 지휘해 왔다.

대한전선은 조직개편과 재무 안정화를 주도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기여했다고 판단,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그를 CEO로 선택했다.

대한전선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에 매출 3630억원, 영업이익 82억원을 실현했다. 6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전문경영인으로서 대한전선의 옛 영광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이와 관련, 대한전선은 최근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나가고 있으신가요.

“대한전선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상황을 엄중하게 판단했습니다. 먼저 대응 전담 조직을 구성해 인력, 생산, 원자재 수급, 물류 등 전체 업무에 대해 BCP(비즈니스 연속성 계획, Business Continuity Plan)를 수립했어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전 사업장에 공유 후 숙지토록 했습니다. 또 위생 관리와 방역 활동을 통해 감염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특히 주요 생산 시설인 당진공장은 24시간 방역 및 비상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주와 매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외 현장 및 법인이 합심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매주 관련자 회의를 통해 현안을 점검하며, 각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찾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선 업종의 사업 환경과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그리고 주요 사업 목표와 전략은 어떻게 세웠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미국 대선 등 여러 글로벌 이슈들이 있을 것이라 전망했으나, 모든 이슈들이 코로나19라는 블랙홀 속으로 빠져 들어가 여느 해보다 변동성이 큰 상황이 되었습니다. 전선 산업 전반적으로 장기적인 글로벌 침체는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다른 산업군에 비해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요 국가의 전력망 프로젝트는 펜데믹 상황에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전력 인프라 확충이나 노후 전력망 교체 등의 사업은 산업과 생활의 기초가 되는 기간산업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필수 사업장으로 분류돼 현장이 가동되고 있고, 신규 입찰의 경우에도 다수의 국가에서 다소 지연되기는 하지만 꾸준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한전선은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하려고 합니다. 대한전선은 올해 혁신과 성장을 주요 키워드로 삼고 성과 창출에 집중한다는 경영 목표를 잡았는데요,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핵심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수주 활동에 전념해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의 고성장을 실현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고객들과 직접 대면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해외 지사와 법인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온라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과 신뢰관계를 쌓아나갈 계획입니다.”

▶전기산업계 안팎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일 텐데요. 대한전선 매각과 관련해 말씀해 주십시오.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전선이 해야 할 일은 경쟁력 있는 회사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외 케이블 시장에서,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력과 신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으로서 자리매김 하는 것이 가장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전 임직원이 이러한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과로 드러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전선은 지난해 하반기에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수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이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내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올해 대한전선의 R&D 부문 주요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케이블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XLPE 절연의 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한전선은 2017년에 500kV MI-PPLP HVDC 케이블과 접속재 개발을 완료한 이후, 현재 전압형(LCC)과 전류형(VSC) 500kV XLPE 절연 HVDC 케이블 시스템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습니다. HV급 PP 케이블에 대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PP케이블은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어 향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154kV 개발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유럽 등의 노후 전력망의 교체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각종 솔루션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북미 시장 공략 방향과 전략, 목표 등이 궁금합니다.

“대한전선이 미국을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입니다. 보다 개방적인 서부 지역을 먼저 공략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서부 지역의 성과를 바탕으로 동부지역까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2017년에 동부 지사를 설립했고, 지난해에 동서부 전역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미국 진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의 견고한 지위와 시장 장악력을 더욱 확대, 발전 시켜 나가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기술과 엔지니어링 수행 능력을 기반으로 한 영업 활동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해 나갈 것이며, 전문 인력들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빠르게 대응해 만족도를 높여갈 것입니다."

▶전력 기자재 시장 전반의 오랜 불황으로 인해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흐름입니다. 여러 기업들이 내부적인 인력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한전선의 경우 사업이나 인력 조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 있나요.

“대한전선은 지난 수년 간, 본업인 전선업 이외의 사업과 자산을 정리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남부터미널 부지나 골프장, 건설업 등 본업과 무관한 국내외 사업체와 자산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정리한 것인데요, 불필요하고 부실한 사업들을 덜어내는 사업 조정을 이미 마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더 이상의 사업이나 인력 조정은 불필요합니다.

오히려 대한전선은 전선 산업의 강화를 위해 법인을 신규 설립, 설비를 투입하고 인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베트남 대한비나의 잔여 지분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사우디에 전력기기 전문 신규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연말부터는 쿠웨이트 최초의 광케이블 전문 신규 법인을 설립 추진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해외에 법인을 세움으로써 현지화 전략을 통해 각 지역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각각의 생산법인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력기기 선진시장으로 평가받는 유럽은 노후송전망 및 송·변전기기교체 및 개선사업으로 향후 10여년간 약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한전선의 유럽시장 공략 방안을 말씀해주십시오.

“유럽 시장은 업력이 100년 이상 된 전통 있는 기업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어, 케이블 산업의 본고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이 글로벌 전선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진입장벽도 높고 수주를 따 내기도 쉽지 않지요. 그런 반면 말씀하신 것처럼 새로운 기회가 열려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대한전선은 이런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판단 하에 시장 진입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단순히 입찰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2017년에 지사를 설립해 영업인력을 파견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기반으로 기술 제안을 하며 고객사의 니즈를 파악해 나가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스웨덴에서 초고압케이블 프로젝트를 첫 수주한 이후,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에서 수주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네덜란드 지중 전력망 중 최고 전압인 380kV 프로젝트를, 덴마크에서는 8년의 장기계약을 수주하는 등 젓 진출 사업으로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내며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의 경영철학과 평소 생활신조가 궁금합니다.

“경영철학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고, 경영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기업 경영의 열쇠는, 임직원과 고객에게 있다고 확신합니다. 회사를 구성하는 모든 임직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업무를 하며 얻게 된 경험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지혜와 철학, 통찰력을 갖기 마련입니다. 경영자는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고객은 우리와의 관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여러 순간 표출합니다. 그것이 회사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본질일 것이며, 경영자는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고객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임직원은 그 방법에 대해 많은 해답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소리에 늘 ‘경청’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축적된 정보들을 임직원 모두와 함께 ‘공유’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서로 정보를 나누고 목표와 전략을 공감할 때 비로소 전체 조직이 성과 지향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소통의 근간에는 ‘자율적 문화’가 필요합니다. 구성원을 구속하고 감시하는 상황에서는 상하간 조직한 원활한 대화가 불가능하고, 창의적인 솔루션이 도출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전선은 지난 7일 창립 65주년이 된 것으로 압니다.

“네. 대한전선은 이달 7일 창립 65주년을 맞았습니다. 대한전선이라는 이름을 써 온 지는 65년째이지만, 시흥전선제작소라는 이름으로, 또 조선전선이라는 이름으로 1937년부터 무려 80여년간 이 자리를 지켜온 것입니다. 대한전선 모든 임직원에게는 이 오랜 기간 동안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극복과 성취의 DNA가 내재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는 치열한 경쟁 상황이지만, 대한전선은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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