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 Now, Action’ 체질 개선・신속한 실행 지속성장 기대”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 긴축경영 등 1분기 영업이익 5분기 만 흑자 전환
맞춤형 전략으로 미・유럽시장 공략 ‘전력기기 핵심설비 국산화’ 투자도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은 내부 승진 관행을 깬 최초의 외부 영입 CEO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경영 위기가 고조된 상태였다.

국내외 전력시장과 조선업 침체, 미국의 반덤핑 제재 등 회사의 주력 사업 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 작업으로 임직원들의 사기도 높지 않았다.

‘구원투수’로 전격 영입된 조석 사장은 취임 이후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 전략,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효율성 제고, 고강도 긴축 경영 등을 통해 올 1분기 회사를 흑자 전환으로 돌려놨다.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과거의 명성을 서서히 되찾기 시작했다.

조석 사장에게 현대일렉트릭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어느새 100일이 지났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작년 말 취임 이후 시간이 꽤나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해왔지만 제조업은 제조업만의 특성이 있어 빠른 적응을 위해 울산에 위치한 공장과 분당에 위치한 영업 사무소를 오가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현대일렉트릭은 독립 이후 유상증자, 인원감축, 자산매각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추진해왔고, 올해부터 흑자전환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방안이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올해 흑자전환을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공사들에 선별적으로 입찰함으로써 적자 가능성을 제거하는 한편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품질 실패 비용 지출을 줄이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 초부터 ‘Do it Now, Action’ (이하DNA) 이라는 전사 차원의 내부 체질 개선 및 변화 실행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구매, 제조, 설계, 영업, 재무 등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부서에서 각자가 주도해 즉시 개선이 필요하거나 비용 절감이 가능한 과제들을 선별하고 신속한 착수를 통해 즉각 성과를 창출하는 활동입니다.

장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부분들 역시 장기 과제로 선별하여 관리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회사의 Fundamental(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첫 실적 발표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5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는데요.

“작년부터 원가 절감 및 체질 개선 작업이 진행됐고 조직원 전체가 뭉쳐서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이러한 기조가 전체적인 회사 경영지표에도 반영이 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품별로 보면 전력기기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가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고 배전기기는 반도체, 석유화학 등 수익성이 양호한 프로젝트가 매출에 반영되며 이익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과 더불어 체질 개선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인만큼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이와 관련, 현대일렉트릭은 최근의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나가고 있나요.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 이후 급속도로 대내·외 환경들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회사의 주요 고객이라 할 수 있는 미주시장과 중동시장이 코로나와 유가 폭락으로 그 파장이 큰 상황입니다. 이에 국내·외 영업망을 총동원해 각국의 방역 대책을 예의주시면서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편 비대면 영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들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화상원격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의 직접 방문 없이 실시하는 화상 FAT(Factory Acceptance Test), 시공간 제약을 뛰어넘는 온라인 전시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After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활동들은 별도의 영상으로도 제작해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전력용변압기 시장 1위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앞으로 현지 공장을 통한 미국시장 공략 방향과 전략, 목표 등이 궁금합니다.

“사실 미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수차례 추진됐다가 통과되지 못한 바 있습니다. 특히 민생과 방역에 자원이 우선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현 시점에 섣불리 호재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릅니다만 추진 중인 안대로 통과가 된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미 시장은 넓은 지역만큼이나 많은 경쟁자들이 공존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광활한 지역에 선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높은 신뢰성과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이런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작년 말 알라바마에 위치한 변압기 생산 공장을 증설한 바 있습니다. 3만 8678㎡(1만1700평) 규모의 생산 공간을 확보하여 전년 대비 50% 이상 확대된 수준인 2만 1000MVA의 생산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 내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편 본사에서도 비대면으로 지원이 가능한 설계지원이나 신뢰성 센터를 활용한 기술지원 부분도 강화하여 금년도2억 달러의 연매출(법인기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력기기 선진시장으로 평가받는 유럽은 노후송전망 및 송·변전기기교체 및 개선사업으로 향후 10여년간 약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대일렉트릭의 유럽시장 공략 방안은 어떤 것인가요.

“글로벌 경쟁사들의 본사가 위치한 유럽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입니다. 실제로 신기술에 대한 표준이나 정책들이 선제적으로 적용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최근 일부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런 변화의 패러다임이 시작되는 시기가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이미 러시아에 납품한 실적이 있는 가스변압기와 올해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식물성 절연유 변압기, 그리고 SF6 Free 고압차단기 등이 친환경 제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겁니다.

유럽에 위치한 두 연구소(취리히, 부다페스트)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만큼 근시일 내에 유의미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사업적 목표와 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글로벌 선진사들을 필두로 디지털 플랫폼 기반 솔루션 사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닙니다. 당사도 지난 2017년 독립법인 출범에 맞춰 ‘INTEGRICT’ (인티그릭)이라는 자체 ICT 플랫폼을 런칭한 바 있고, 에너지솔루션과 자산관리솔루션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사업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이미 LG화학과 현대중공업에 자산관리솔루션을, 고려아연과 솔라시도에 에너지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공급하여 그 신뢰성을 검증 받은 바 있습니다.

이밖에도 최근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과 공동개발한 대형엔진 일체형 콤팩트 축 발전기(Shaft Generator), 국내 최초 개발에 성공한 단일 철심형 위상변환변압기 (Single Core Phase-Shifting Transformer) 등 전력 기기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분야에서의 필수적인 R&D 투자도 계속할 것입니다.“

▶올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사업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흑자전환은 올해 반드시 달성해야하는 목표입니다.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다양한 개선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들이 1분기 흑자전환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어 임직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산업 현장의 핵심설비 국산화에 대한 욕심도 있습니다. 최근 해외 선진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초대형 동기 전동기 개발이 완료한 바 있습니다. 공동개발자이자 고객인 포스코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았는데 아직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이 남은 탓인지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처럼 회사와 나라가 함께 잘 될 수 있는 부분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사장님의 경영철학과 평소 생활신조가 궁금합니다.

“공직 생활 중에 선배에게 ‘설거지를 하는 사람만이 그릇도 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릇을 깰 것을 두려워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현대일렉트릭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저부터 앞장서서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함께 뛰면서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회사로 변모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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