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69kV 이상 외산 전력설비 금지…행정명령 서명
작년기준 수출액 약 2200억원 시장 사실상 ‘빗장’ 걸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외국산 전력기자재 수입과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제조업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1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국 ‘벌크전력시스템(BPS, Bulk-Power System)’ 보호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 에너지부는 앞으로 150일 이내에 구체적인 이행규칙과 규정 등을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내에서 수입 및 사용되는 외국산 전력설비와 기자재를 금지시켜 국가안보의 중대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백악관 측은 ‘벌크전력시스템’을 상호 연결된 전력네트워크(또는 그 일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시설 및 제어시스템, 송전 신뢰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발전시설, 정격용량 69kV 이상의 송전라인 등으로 규정했다. 배전설비는 제외했다.

세부 품목으로는 변압기를 비롯해 고전압 회로 차단기, 보호계전기, 발전기, 발전터빈, 자동회로 리클로저, 변성기 등이 해당된다. 케이블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품목은 외국에서 설계나 개발, 제조 및 공급된 설비와 기자재 일체를 금지한다는 게 행정명령의 골자다.

업계는 미국의 유례없는 이번 조치가 지난 2019년 캘리포니아, 와이오밍, 유타 등에서 발생한 전력 공급 중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기산업진흥회는 LS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등 송전용 기자재 제조기업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벌크전력시스템에 포함되는 품목들의 지난해 대미 수출 규모는 약 2200억원(1억807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이중 변압기가 1억6000만달러 정도로 약 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이 구체화되면 대미 수출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2000억원대 시장을 한 순간에 잃게 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전기산업진흥회 관계자는 “금명간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조치가 우리 기업에 미칠 파장과 예상되는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해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이행규칙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대미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지난 4일 변압기 부품에 대한 국가안보 목적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시작하는 등 자국산업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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