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환경・기업문화・채용방식 등 ‘언택트 이코노미’ 가 대세
업무효율・비즈니스 생산성 위한 ‘디지털전환’에 사활

“문제는 경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100년 전 대공황과 비교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멈춰 섰다. 공장은 생산을 중단하고 실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략) 코로나 이후의 세계 경제 질서는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 우리는 바이러스 앞에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얼마나 취약한 지 생생하게 보았다. 각자도생의 자국중심주의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발전시켜온 세계화 속의 분업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 개방과 협력을 통해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도 매우 중대한 도전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중략)” -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연설문 중 일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이 됐다.

연초만 해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2020년 새해 전망은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코스피 상장 기업 900곳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최대 20%대, 최소 두 자릿수 성장이 무난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완만한 회복세, 경기 저점 확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3대 실물경제 지표인 생산·소비·투자는 동반 회복세를 보였다. 약 3년 만에 경기 선행·동행지수도 함께 상승했다. 뉴욕증시는 연이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고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신호가 점차 뚜렷해진다는 희망이 여기저기서 무르익었다.

그러나 지난 1월 20일을 전후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공포로 전환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도 ‘W’자형의 ‘더블딥(경기 재침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처럼 기업들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경영 환경에 처하면서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전기산업계 기업들이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옥철 대신 메신저’ 재택근무 일상에 자리잡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질서와 각국의 경제 구조, 우리 삶이 변화하면서 기업도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언택트(untact) 이코노미’다. 비접촉과 비대면(對面)이 빠르게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기업은 스마트 워크화, 생산 현장의 무인화 및 자동화를 추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방역 등 정부 정책에 발맞춰 근무환경이나 기업문화부터 채용방식에 이르기까지 ‘언택트’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

LS그룹과 현대일렉트릭 등 전기계 주요 대기업들은 자율 재택 근무제를 도입하며 하고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 상시 체제를 전격 도입한 상태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출장을 자제하고 단체활동이나 회식을 지양하면서 화상 회의 등 스마트한 업무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S그룹은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클라우드 업무 환경 등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리는 한편,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빠르게 판단해 비용절감, 불요불급한 투자 축소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S그룹의 한 관계자는 “생활방역으로 전환되기 전에는 소위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는 대신 재택근무를 통해 메신저로 업무를 보고하고 수시로 화상회의를 하면서 업무 공백을 최소화했다”면서 “처음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사무실 출근보다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너지공기업도 언택트 문화가 자연스럽게 업무에 스며들고 있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는 정부 방침과 위기경보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상 재택 근무 체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전KPS는 특히 케이스별 자가 격리기준을 마련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상황을 가정한 위기대응 훈련 등 정비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정비현장도 만일의 경우 긴급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남동발전은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활용폭을 키웠고, 남부발전은 ‘비대면 채용’ 방식을 전격 도입했다. 온라인 면접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시간 화상면접을 활용해 인재 채용에 나선 것이다.

중부발전은 18일~22일 대·중소기업·농어업 협력재단의 상생누리사이트를 통해 중기제품 온라인 구매상담회를 연다.

발전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의도치 않게 비대면 업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기업으로선 대면과 비대면 업무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서 “코로나 이후에도 언택트로 상징되는 업무 방식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단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내부 SNS채널 ‘알쓸신잡’을 통해 ‘슬기로운 자택생활’ 노하우도 공유하고 있다.

GS파워도 3월 한 달 동안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4월부터는 단축근무로 전환해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제조업계도 업무 방식과 기업문화를 코로나 사태에 맞춰 바꿔가는 중이다.

세종전기공업은 지난 3~4월 배전반 업체로는 처음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김세은 세종전기공업 대표는 “오전과 오후를 나누는 시차 재택근무와 격일 재택근무를 병행했다”면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올 1분기에 전년대비 20%가량 매출이 증대됐다”고 말했다.

수주 산업임에도 불구, 전력기자재 업계는 기존의 근무방식을 빠르게 탈피하고 있다.

비츠로그룹은 외부 출장을 자제하고, 감염 우려가 높은 지역을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할 경우 사전 계획서를 경영진에 승인받도록 했다.

회사 측은 “근로자가 밀집한 사무공간과 공장에서 자칫 감염자가 나올 경우 기업 전체 업무가 마비되기 때문에 각별히 정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진출한 전력분야 글로벌 기업의 한 관계자는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매우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세계의 거의 모든 기업들이 시행할 미래의 업무 방식이 코로나19로 인해 훨씬 앞당겨지게 됐다. 이제 기업들은 업무 효율과 비즈니스 생산성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존법은 ‘디지털 전환’

경제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결국 ‘디지털 전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전환은 재계에서 4차 혁명 시대의 핵심 화두로 꼽히는 이슈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전통적 사업운영 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게 골자다. 전통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전략과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모델 등 사업 전반을 기존에 방식에서 탈피해 혁신하는 경영전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경제 전반에 언택트 기반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이 마주할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산업계 일등기업인 LS그룹은 이미 디지털 전환(DT)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중점 미래 전략으로 설정한 이후 전통 제조기업에서 ‘디지털 LS’를 만들기 위해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주사내에 미래혁신단을 신설해 DT 경영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LS그룹은 LS전선과 LS일렉트릭 등 계열사별로 AI, 빅데이터, 3D프린팅 등을 설계와 개발, 검증 단계 등에 적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 변혁을 수행해가고 있다.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LS전선이 전선업계 최초로 선보인 ‘IoT를 활용한 재고 관리 시스템’, ‘전력망 운영 컨설팅’ 등은 대표적 DT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력망 운영 컨설팅은 발전소와 변전소, 또는 변전소간 송전선로와 플랜트의 전력망 이상 여부를 감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이다. 케이블의 내구연한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활용, 정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LS전선 관계자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재고관리시스템은 통신 센서를 부착해 휴대폰으로 위치와 재고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 팩토리 중 하나인 LS일렉트릭 청주사업장은 지난해 불량률 6PPM, 에너지사용량 60% 이상 절감 등 가시적 성과를 냈다.

현대일렉트릭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화상회의 인프라를 높이고, 비대면 검사 시스템을 마련하고, 온라인 전시회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이미 2017년 독립법인 출범에 맞춰 프리미엄 브랜드 ‘인티그릭(INTEGRICT)’을 론칭한 바 있다. 인티그릭은 통합을 의미하는 ‘integration’과 ICT가 결합된 것이다.

인티그릭은 ICT플랫폼 기반의 자동화 선박운영체제 구축으로 제어·진단·유지보수를 통합 수행하는 스마트십(Smartship)솔루션, 전력설비의 감시·진단·운영의 통합관리로 성능·리스크·비용 최적화를 실현하는 자산관리솔루션, FEMS·BEMS·ESS를 포함한 에너지솔루션 사업 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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