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에너지 믹스를 둘러싼 백가쟁명이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석탄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곳에서는 발전 이후 남는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게 어렵고, 만에 하나라도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다는 이유로 원자력발전을 멈추자고 말한다.

석탄·원자력발전 감축을 결정한 정부는 대안으로 가스발전을 장려하는 모양새지만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넷 제로)’를 달성하려면 가스발전은 정답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규 가스발전소가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한 뒤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을 고려하면 노후 석탄화력의 성능을 개선해 사용하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이 나온다.

온실가스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를 때면 가스발전 대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든다.

전력수요는 더 이상 의미 있는 규모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는 에너지효율 향상이나 수요관리를 강화함으로써 대응하고, 노후 발전소가 폐쇄되면 그 설비용량을 채우는 수준 만큼만 신규발전소가 건설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발전원별로 각자의 논리로 무장한 채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레드오션이 돼버린 전력시장 속에서 다른 발전원의 파이를 뺏어와야만 하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여기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사회 분위기가 비싸고 불편하더라도 깨끗하고 안전한 전력공급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종합하면 발전업계에서 한정된 파이를 두고 ‘제로섬 게임’이 시작되고, 동시에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고 있어 발전원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에너지전환의 한복판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긴 호흡의 에너지 정책 수립을 위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이 절실하다는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임을 주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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