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이 70이 넘은 어르신에게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가전기기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선물하면 어떨까?

패밀리허브는 맞춤형 식단과 레시피 제공, 내부 식재료 자동 인식, 식료품 온라인 주문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그러나 아마도 어르신은 냉장고를 열고 닫는 것만 신경 쓸 뿐, 어쩌면 다른 기능을 귀찮아서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차라리 200만원이 훌쩍 넘는 냉장고보다 3만원짜리 당뇨측정기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

패밀리허브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부분이라 나을지도 모른다.

입주하면서부터 건설사가 선택한 월패드, 공기질측정, 스마트주방, 주차유도시스템 등 스마트홈 기술들은 소비자가 직접 고르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해도 소비자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라면 당연히 배제돼야 하지만, 여러 주택에 공급하는 조건으로 저렴하게 계약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입주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기는 어렵다.

또한 스마트 엘리베이터, 스마트 가로등처럼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단지 내 시설에 적용된 스마트홈은 누군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이제는 흔해진 빌트인 에어컨처럼 입주 후 설치하는 금액이 만만치 않은 것들도 있다.

입주자들 또한 만약 선택권이 쥐어진다고 해도 적응까지 시간이 걸리는 스마트홈 기술을 당장 설명만 듣거나 한두 번 사용해보고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홈 이 구매시 집값이 오르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들이 굳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지 않기를 바랄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입주민들이 스마트홈을 선택하는 것이다. 혼자 거주하는 지병이 있는 어르신과 초등학생을 둔 4인 가족이 바라는 기술의 형태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때 보장도, 금액도 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유행한 적 있었다. 보험상품이야 약관 설명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컸고, 보험에 대해 사람들이 익숙했기에 가능한 상품이었다.

스마트홈 또한 소비자들이 더욱 친밀해지고, 건설사에서도 선택형 스마트홈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후에야 내 맘에 쏙 드는 ‘스마트홈’이 가능할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스마트홈이 기본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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