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 및 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기술 카피다. 중소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제품,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출시와 동시에 모방제품이 판을 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기술개발에 대한 꿈은 접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기만을 기다린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

최근 가로등 방수형 접속함을 제작하는 한 업체 대표는 하소연을 했다.

“업체들끼리 상도덕을 지키면서 개별 기업의 기술적 이점이나 특허기술을 서로 존중해주는 것은 기대도 안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제멋대로 다른 업체의 기술과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업체는 2003년부터 방수형 접속함을 중심으로 한 가로등 접속재 개발에 착수, 2년여의 연구 끝에 가로등방수형접속함을 완성했다. 빗물에 잠긴 가로등에 무심코 손을 댔다 주민이 감전사를 당하자 생활속에서 감전을 막아보겠다며 제품을 개발했고,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쓰임새가 많아졌다. 지속적인 제품 개선과 기술접목을 통해 세종시 등 주요 지자체, 국토관리청, LH, 인천공항공사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접속함 분야 최고 기업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 업체도 요즘 힘들다고 한다. 경쟁사들이 이 회사 접속함과 유사한 특징과 특허소송이 쉽지 않은 디자인을 채택해 법망을 피한 제품을 제막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 하도 보니, 카피 제품의 판매를 늘 수밖에 없다. 이 회사 대표는 힘들게 개발한 제품에 기술력이나 지식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하면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발전기를 제작하는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전력기기들이 기술집약형의 제품 개발로 한발 나서야 하지만, 현재의 산업구조에선 이를 실천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들이 선듯 기술개발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기술이 이제 보편화 된 것도 있지만, 획기적인 기술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기술의 차별성이 없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결국 전력기기 대부분이 조립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또 기술에 대한 법적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창업초기 기술 하나로 성공한 기업들이 점점 줄어든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시장에서 습득한 기업경영 노하우는 앞서가는 것 보다 개발된 기술을 카피해 제품을 내놓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 때가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건전한 경쟁을 통해 기술의 진보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에 대한 보호도 중요한데 우리는 아직도 기술개발만 채근하고 있는 구조가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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