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집안과 헬스케어 디바이스 일체화된 플랫폼 목표”
단순한 주거 편의 서비스서 벗어나 ‘건강과 안전’, ‘집과 사람’에 초점
질병예방중심 양방향 인터랙션 케어...시흥장현 LH영구임대주택과 국민임대주택 300세대서 실증

배시화 가천대학교 ALL 헬스케어 스마트홈 융합연구소 소장.
배시화 가천대학교 ALL 헬스케어 스마트홈 융합연구소 소장.

지난 2018년 문을 연 가천대학교 ‘ALL 헬스케어 스마트홈 리빙랩(Healthcare Smarthome Living Lab)’은 300㎡의 공간에 거실, 주방, 욕실, 침실, 현관 등을 갖춘 실증 연구공간이다.

가천대학교의 주관 아래 디노플러스, 동국대학교의 협동기관을 포함, 10개 참여기업이 건강정보 모니터링, 수면관리, 낙상방지, 영양관리, 운동관리, 일정관리 등 스마트공동주택 관련기술을 개발하고 선호도와 사용성을 시험하고 있는 곳이다. 이를 통해 개발된 스마트홈 기술들은 LH 장기공공임대아파트 65세 이상 노인주택에 공급될 예정이다.

2021년 연구종료를 앞둔 가운데 리빙랩을 이끄는 배시화 가천대 헬스케어 스마트홈 융합연구소 소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스마트홈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헬스케어스마트홈 융합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스마트홈에 헬스케어를 구현해 보고자하는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2014년 12월에 연구가 시작됐고 기술 개발 진행 중에 실증에 대한 준비를 위해 만들어졌다. 스마트홈 융합연구는 건축, IT, 의료의 3개 분야를 다룬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을 실제 사람들이 쓰기 전에 선호도와 사용성을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연구소다. 기술들이 활용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개발될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들은 시흥장연LH영구임대주택과 국민임대주택 300여세대에 실제로 실증을 거치게 된다.”

▶왜 ‘헬스케어’와 ‘스마트홈’의 융합에 포커스를 맞췄나.

“과거에 ‘인텔리전트(intelligent)’라고 했던 기술이 지금의 ‘스마트’다. 스마트홈이란 사람들이 편하게 주거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홈은 이를 위한 기술들이 모두 갖춰진 게 아니라 주거 편의 서비스에 치중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건강과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만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질병, 빈곤, 고독으로 고통받는 기간도 함께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과도한 의료비 지출과 고령자 대상 복지 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국가 재정도 부담된다. 헬스케어 스마트홈은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비할 수 있다. 또 질병치료 중심에서 질병예방 및 건강관리 의료로 바뀌어 가는 최근 패러다임에도 부합한다.”

▶연구소의 명칭인 ‘ALL’은 무슨 의미인가.

“‘Ambient Assisted Livivg’의 약자다. 거주자의 거동 및 생활방식 등에 따른 행동 변화나 건강 이상 등을 실시간 포착해 예방적인 조치가 가능한 주거환경을 의미한다. 과거의 헬스케어는 질병 치료를 중심으로 단방향 케어와 함께 기능성 IT기기를 집에서 이용하는 정도였다. 반면 ALL에서는 질병 예방중심으로 양방향 인터랙션 케어가 가능하며 집안과 헬스케어 디바이스가 일체화 된다. 집에서 단순히 헬스케어 기기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집 자체가 헬스케어를 녹인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스마트홈을 사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르신들이 어떠한 기능들을 선호하고 쉽다고 생각하는지 설문조사 하고 어르신들의 무료함도 달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나온 기술의 예로 보행보조기는 호텔 카드키 같은 역할을 한다. 호텔에서 카드키를 꽂으면 조명부터 에어컨, TV 등 객실 안에 모든 기기가 동시에 켜지는 것처럼, 보행보조기를 현관 정해진 위치에 놓으면 집안의 스마트기기들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어르신들의 기억력 문제를 도와주는 기술이라 선호도가 높다.”

▶연구과제를 통해 개발된 기술들을 소개한다면.

“복약지도 서비스 등 여러 기술이 있다. 어르신들의 경우 혼자 살다 보면 깜박해서 약 먹을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우리 연구에서는 약을 복용할 시간이 되면 소리와 함께 집안 내 조명이 반짝이며 이를 알려준다. 또 약국에서 약을 받으면 약 종류가 태블릿PC에 입력돼 기존에 먹는 약과 서로 충돌하는지 알려주는 연구도 진행했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입력하면 칼로리 계산과 함께 거주자의 건강에 따라 음식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밖에도 혈압, 체온, 체중 등을 체크하거나 영양관리, 혈당관리를 집에서 하면 서버에 저장이 되고 의사가 해당 데이터를 통해 어르신의 병원 내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거실 바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걸음걸이를 모니터링 해 건강 이상을 확인하고 넘어져 다치면 카메라와 충격센서가 이를 인지하고 119에 연결한다. 침실에서는 활동량 감지기가 수면 중의 움직임을 모니터링 해 수면활동을 체크하며 마이크로 수면 중의 코골이, 무호흡증 등 이상 수면 현상을 모니터링 하고 부엌에서 요리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감지해 팬이 작동하거나 창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기술 등이 있다.”

▶LH의 영구임대주택에 구축·실증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스마트홈에 여러 기술이 들어가면 집값이 비싸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대중화되면 가격은 40대 이상의 건강을 관리해야하는 시점에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자금은 국민의 세금인 만큼 LH와 함께 주거복지 차원에서 임대주택에서 실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실증이 이뤄지는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스마트홈 기기를 구입하고 관리하는 비용 부담을 지지 않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실증까지가 우리 연구단의 역할이다. 시흥장현LH영구임대주택과 국민임대주택에서 동의하는 300세대에 설치 체험과정을 6개월 정도 모니터링 해야 하는 부분이 남았다. AI를 기반으로 스마트홈을 발달시키려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모니터링을 통해 연구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데이터화 해야 한다. 모니터링 기간이 부족하면 발주기관과 협의해서 기간을 더 연장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고 있다.”

▶스마트홈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나.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스마트홈에 관한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주거 내 안전, 쾌적, 비대면 서비스 등이 중심이다. 지금도 문을 여닫고 침입자를 알리는 알람은 가능하다. 여기에 화재를 예방하고 화재 발생 시 저절로 꺼지게 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거주자가 작동해야 하는 냉난방 시설이나 공기청정기도 집주인의 성향을 파악해서 자동 작동한다. 즉 실내의 온습도는 물론 공기질까지도 자동으로 거주자에 맞게 쾌적한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다. 케어서비스 중 건강관리도 포함될 것이라 본다. 주거 환경에 AI 플랫폼이 연계되는 형태다. 식구들에 대한 데이터가 입력되면 AI가 딥러닝을 해 거주자들에 맞는 살기 좋은 환경으로 컨트롤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집 구조 자체가 움직일 수 있다. 내장된 가구들과 식탁이 바닥에서 나오고 원하는 음식은 조리돼있고, 외출할 때 현관문을 열면 바로 차가 앞에 있는 게 실제로 실현될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 CES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제안한 스마트시티도 흥미롭다. 물건을 싣고 따로 다니며 판매하던 차들이 모여서 쇼핑몰을 구성하고, 같은 방식으로 병원, 백화점, 극장 등 차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스마트시티도 가능할 것이라 본다.”

▶국내 스마트홈 및 헬스케어 분야의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원격의료법이다 모든 병에 적용되기는 어렵겠지만 헬스케어 즉 건강관리 측면에서는 법적용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헬스케어에 대해 의료와 분리된 마땅한 정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 공청회에서 이와 관련된 부분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이슈도 있다. 스마트홈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들은 개인정보라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굉장히 유연하지 않다. 연구소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지켜가며 연구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실증을 진행하려 한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스마트홈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에도 어려움을 주는 부분이다. 미국 등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조사하고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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