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예방 효과큰 변압기 예방진단 시스템 국산화 성큼

오일순환형 가스분석기 케이스(좌) 및 내부(우).
오일순환형 가스분석기 케이스(좌) 및 내부(우).

노후화 전력설비가 증가하면서 정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전고장의 원인 중 변압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 되는 만큼 변압기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고장 및 사고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특히 전력용 변압기의 고장은 정전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어 사전 점검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도 변전설비를 대상으로 실시간 상태감시 및 수명예측을 목적으로 하는 변전설비 종합예방진단시스템을 도입, 운용 중에 있다.

한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변압기 예방진단시스템과 관련한 시장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규모는 약 2조 1000억원대에 이른다. 북미와 유럽이 약 1조50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해 전 세계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성장률은 중국이 높다. 매년 3~5%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도 초고압 전력기기의 IT 인프라 접속과 빅데이터 기술의 활성화로 인해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5년에는 유중가스분석기 시장만 약 1700억원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의 변압기 상태진단 기술 및 장치는 95%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진단기술의 자체 노하우 축적과 함께 장치 국산화를 통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과제다. 특히 변전설비 종합예방진단시스템을 구성하는 대부분 진단장비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높은 가격, 부품수급 및 유지보수가 어려워 이에 대한 기술적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중가스 분석을 통한 변압기 진단이란

변압기나 OLTC(변압기 부하 시 탭 전환기) 등의 기기 내부에 국부과열이나 절연파괴와 같은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고열을 수반하며, 이러한 발열원과 접촉한 절연유, 절연지, 프레스보드 등의 액상 및 고상 절연재료는 온도 대역별로 열분해돼 10여종의 가스가 발생한다. 이러한 가스 대부분은 절연유 속에 그대로 용해되므로 절연유 내 가스의 양과 조성을 분석함으로써 변압기 내부의 이상 유무, 종류 및 위험 수준의 추정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절연유 용존가스의 조성과 양을 검지해 변압기 내부의 이상상태를 진단하는 방법을 유중가스 분석법이라 한다.

현재 유중가스 분석은 주로 변전소 현장에서 채취한 절연유 시료를 화학실험실로 가져가 정밀 분석하는 Off-line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분석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특정 시점에 대한 상태정보만 제공할 뿐 채취 시점과 분석 시점 사이에 대한 설비 상태변화 추이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또 진단을 통해 양호 판정을 받은 변압기에서조차 종종 사고 또는 고장이 발생하고 있어 변압기에 직접 가스분석기를 장착해 실시간으로 가스농도를 감시하는 On-line 진단을 도입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변압기를 감시하면 별도의 인력 투입 없이 각종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취득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구축 및 해석을 통한 변압기 사용수명 예측이 가능해 변압기 적기 교체에 따른 설비 운용의 효율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개발 현황

전력연구원은 기존에 사용하던 고가의 정밀 분석기기 기반 변압기 유중가스 분석기를 저비용으로 대체함으로써 변전설비 예방진단시스템 구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9년부터 반도체식 가스센서를 이용한 유중가스 분석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변압기 상태감시 추정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 가스인 만큼 수소, 아세틸렌, 일산화탄소 등 3종 가스를 대상으로 10ppm 수준의 극미량 가스농도까지 측정이 가능한 센서를 개발했다. 이를 변압기 내부에 직접 설치가 가능한 프로브 형태로 제작해 절연유 내 발생한 유중가스 종류 및 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전력연구원은 또 반도체 특성을 갖는 금속산화물 소재를 나노섬유 형태로 제작해 5~5000ppm 농도범위에서 작동 가능한 고감도 수소가스센서 개발을 완료했다. 이번에 개발한 수소가스센서는 MEMS 기술을 적용해 준상용급의 초소형으로 제작했으며, 외국산 상용 센서와의 비교평가를 통해 극저농도(5~15ppm) 구간에서 훨씬 우수한 가스감지 특성과 높은 재현성을 확인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센서와 함께 절연유 속에서 유중가스를 분리하기 위한 목적의 초소수성 멤브레인도 나노기술을 이용해 제작 완료했으며 1차 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전력연구원에서 개발한 고감도 가스센서는 변압기의 상태감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발생 가스 및 온도, 압력 등 작동 환경이 비슷한 다양한 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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