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제조달시장 중요성 더 키울 전환점”
“국내 유입 외국인근로자 활용해 해외 진출 나서야”

“현재 전 세계 경제는 마치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과 유사합니다.”

이원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경영자문단 위원장<사진>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후의 경제위기를 ‘전시상황’에 비유했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느라 타국을 돌아볼 여력이 없고 어떠한 원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이 위원장이 “중소기업계는 새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국제조달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는 배경이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경영자문단은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와 비즈니스 경험을 중소기업·창업자들에 전수하기 위해 설립된 순수 봉사조직이다. 2004년 삼성, 현대·기아차, LG, 포스코, 한화 등 주요그룹 전직 CEO 및 임원이 주축이 돼 출범했으며 올해까지 1만3800개 중소기업에 3만3000회 이상의 경영자문을 실시해 기업들의 경영애로 해소 및 기업경쟁력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에서 중소기업 대표로, 또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해결사’로 산업현장 일선에서 분투 중인 이 위원장에게 국내 중소기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산업계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응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크다.

“전시상황에는 전쟁 당사국들의 고통과 피해가 큰 반면 전시특수로 이득을 보는 나라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의료·바이오, 운송(택배) 등 일부 산업이 약진하고 있는 게 그 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국내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은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들의 경우 사실상 기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중소기업 자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업계의 요구사항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 어려움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먼저 중소기업의 ‘관리직 인력난’이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 수가 150만 여명에 달하기에 생산직 인력 부족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형성된 반면, 관리직 인력난의 경우 아직 논의장에 들어오지 못했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관리직 인력의 경우 대체로 대기업을 선호해 구인이 어려운데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의 정부 지원책이 청년·신규인력 채용에 초점이 맞춰져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또 규제장벽이 높다는 것도 빈번히 언급되는 기업경영의 난관이다. 일례로 공장 1개동을 증성하려고 해도 지역주민 설득부터 관공서 허가까지 기업인이 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공장을 지어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려 한 기업들은 사업 초창기부터 좌절감을 맛보기 일쑤다.

현 상황과 기업환경에 맞지 않음에도 개정되지 않은 제도들도 큰 문턱이다. 담당 공무원들도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후 책임을 떠안는 것을 두려워해 어쩔 수 없이 기존법을 따르고 있는 사례가 잦다고 하더라.”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보다 면밀히 그들이 겪는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만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지원이 아닌, 중장기 지원방안이 수립될 수 있다.

규제 완화의 경우에는 미국의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미국은 연방정부나 정부기관이 규제 1건을 도입할 때 기존 규제 2개를 철폐하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규제개혁을 시행하고 있다.

또 기업지원체계를 일원화해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원스톱 지원서비스’ 제도를 시행하는 등 외국인 투자도 유도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동시에 중소기업계도 활로를 찾기 위해 자구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이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개척해야 할 분야가 바로 ‘국제조달시장’이다. 우리나라가 수출규모 전 세계 6위, 수입규모 9위의 무역대국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계의 진출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국제조달시장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수요감소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한 예산확대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 공공부문의 발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국내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국제조달시장은 중소기업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는 기업은 많지만 언어의 장벽, 현지화 전략 부재 등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낸 기업은 드물다.

“국제조달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정보와 추진인력’이다. 수출사업을 타진하는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를 통해 얻은 정보가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막상 해외에 나가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현지인력을 구인하는 데 어려움이 큰 경우가 많다. 우리 대사관과 현지 무역관의 역할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국내에서도 접근법을 달리해 시장 진출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근로자들 대부분이 자국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인데 국내에서는 생산인력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들 중 언어능력과 관련 경험을 갖춘 인력을 선별해 채용한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각 산업 부문의 사업협동조합, 협단체 등이 역할을 할 부분도 있다.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이들 단체에서 그 역할을 분담해주면 기업들이 느끼는 편의성은 상당히 제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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