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7개사에 과징금 총 13억8700만원 부과

가스공사 배전반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수배전반 기업 17개사가 무더기로 제재를 받았다. 중소 배전반 기업 간 담합이 적발돼 행정당국의 징계를 받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 미칠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관수 시장 재편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지난 15일 한국가스공사가 2013년 4월~2015년 7월 실시한 15건의 배전반 구매 입찰(총 194억원 규모)에서 담합한 경인엔지니어링 등 17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억87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2년간 담합 어떻게 이뤄졌나= 공정위가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6월쯤이다. 이후 약 4년 동안 해당 사건은 배전반 업계를 비롯해 전력기자재 업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인엔지니어링 등 17개 배전반 사업자들은 가스공사가 진행한 15건의 배전반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사, 들러리사 및 투찰 가격 수준에 관해 합의하고 실행했다.

17개사는 경인엔지니어링, 경일전기, 대신파워텍, 동일산전, 유호전기공업, 탑인더스트리, 광명전기, 나산전기산업, 베스텍, 삼성파워텍, 설악전기, 서전기전, 우경일렉텍, 유성계전, 일산전기, 청석전기, 제이케이알에스티 등이다.

이들은 15건의 입찰 중 11건은 우경일렉텍, 3건은 경인엔지니어링, 1건은 베스텍을 각각 낙찰예정사로 정하고 들러리사는 낙찰되지 않는 수준으로 투찰키로 합의, 이를 실행했다.

공정위는 한국가스공사가 2013년 노후배전반 교체를 위한 배전반 구매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사업자들은 특정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낙찰예정사등을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전에 낙찰예정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들러리 업체를 섭외했고, 들러리 업체는 추후 자신도 관련 입찰에서 다른 사업자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기대하며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공정위는 낙찰예정업체가 자신이 낙찰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투찰했고, 들러리 업체들은 당초 합의대로 낙찰예정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투찰금액을 높이는 방식 등으로 합의내용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총 11건의 입찰에서 사전에 정한 낙찰예정사가 낙찰을 받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입찰 담합)에 의거해 17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억87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노후 배전반 교체 등을 위해 실시된 배전반 공공 구매 입찰에서 장기간 은밀히 유지된 담합 행위를 적발해 담합을 통해 편취한 부당 이익을 환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앞으로 유사한 분야에서 담합이 발생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앞으로도 공공 입찰 담합에 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수 시장 재편 ‘트리거’ 되나= 담합이 적발돼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는 기업은 통상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관급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국가계약법에 따라 일정기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모든 사업에 응찰이 불가능하다. .

계약 행위가 차단되고 인증 취소 등 관수 영업 활동에도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된다. 신인도 점수가 대폭 감점(최대 10점)되기 때문에 조달청 우수제품 인증을 신규 취득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각 업체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조치는 향후 조달 당국에서 결정하게 된다.

특히 이번 공정위 제재를 받는 기업들은 관수 시장에서 선두권에 위치한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장 구도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재를 받은 기업들은 로펌 등을 통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개 기업에 포함된 한 업체 대표는 “과징금보다 두려운 게 입찰 참가자격 제한인데, 이에 대한 당국의 판단은 향후 2~3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본다”며 “규모가 큰 기업들은 대형 로펌을 통해 법적 다툼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담합 이슈에서 자유로우면서 관수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정당업자 제재는 관수시장에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판로가 탄탄한 몇몇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신규업체들도 활발하게 진입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당분간 배전반 업계가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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