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설 관련 재난 대비 법·제도 개선방안 발표
예비전원, 현재 무선국 준공·정기검사 미포함, 대형건물도 의무대상 아니야
"5G 초연결시대, 통신재난 대응력 높여야"

통신 기지국의 예비전원설비를 의무화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18년 말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입힌 KT 아현지사 화재사례와 5G시대의 도래로 발생할 수 있는 통신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16일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KICI, 원장 이정구)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통신시설 관련 재난 대비를 위한 예방 중심의 법·제도 개선방안’에서 통신시설 관련 재난대비를 위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및 ‘정보통신공사업법’, ‘전파법’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연구원은 지난 2018년 11월 KT 아현국사 화재로 통신 재난대비가 부족한 현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화재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KT 추산 물적 피해액만 469억원에 달했으며, 카드결제 불가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또 5G로 실현되는 초연결 사회 전반이 ICT(정보통신기술)로 연결된 만큼 단순한 통신재난의 영향이 기존과 달리 국가기반시설 피해로 확대될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현재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전파법, 정보통신공사업법 관련 허가·검사 제도가 사용자, 이용자 시설 중심으로 얽혀 있지만 관련 법·제도들의 일관성 부족 등으로 인해 통신시설 관련 재난을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세부적으로 전파법, 정보통신공사업법 기반의 점검 제도의 경우 예비전원설비 항목이 없는 게 대표적이다.

정전에 대비한 예비전원설비의 설치 규정은 기술기준 적합조사에서는 사업자 설비의 경우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무선국 준공·정기검사에서는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대형건축물의 구내이동통신설비는 이용자 설비이므로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재난 시 대형건축물은 대규모 재난 가능성이 있으며 도서산간 지역 기지국은 단일 기지국으로 서비스가 끊길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부의 재난서비스, 피해자 구조요청, 소방관 작전수행 등이 불가능하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또 연구원은 현재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전파법 기반의 점검 제도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의 검토 결과 접지 저항 성능에 대해 기술기준 적합 조사에서는 표본 10%에 대해 접지 저항 성능을 검사하고 무선국 준공·정기검사 성능검사에서는 설치 여부만 확인하는 등 동일 설비의 동일 항목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제시하거나 표본조사제도로 인해 점검조차 이뤄지지 않는 설비들이 있었다.

이에 따라 재난에 대해 안정적인 통신시설 운용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비 운용을 시작하게 되며 미점검 통신설비들의 운용으로 인해 통신 장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연구원은 정전에 대비한 예비전원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서 및 산간지역은 다수의 기지국이 확보된 상태로 통신을 서비스하는 도심지역과는 상황이 다르며, 예비전원설비가 없으면 정전 시 재난서비스 제공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2020 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서 도서 산간 기지국은 예비전원설비를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5G 서비스 특징을 고려할 때 의무구축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전파법 기반의 검사제도 실효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기준 적합 조사와 무선국 준공·정기검사 사이에 중복되는 검사 내용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중복되는 검사 내용을 삭제하는 등 행정 소요를 줄이자는 것이다. 여기에 동일 항목에 대한 검사 기준은 통일시켜 검사제도의 신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통신망은 그물망과 같이 우리 사회 곳곳을 연결하고 국가기반시설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 한곳에 장애가 발생해도 경제, 안전 등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또 5G 기반의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통신은 안전과 직결되는 구조인 만큼 통신시설 재난대비를 위한 예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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