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수 기아차 카마스터 “구매 보조금은 간소화 및 효율화 필요”
김중호 스캐너카정비센터 사장 “소상공인 보호업종으로 생존권 보장”
남준희 굿바이카리싸이클링 대표 “폐배터리 새활용 사업에 도전”

국내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한발 성큼 다가왔다.

이 같은 흐름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존 자동차 산업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판매, 정비, 폐차 등에서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현업 종사자들을 만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석민수 기아차 카마스터

석민수 영업과장은 14년(현대자동차 5년 포함) 경력의 카마스터로 현재 기아자동차 연신내대리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 덕분에 최근 2년간 전기차 80대 이상을 판매했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이미 ‘전기차 판매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석 카마스터는 전기차 유저 단톡방인 ‘이브이웨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신차 구입이나 차량 문의 등 그를 거치지 않은 전기차 오너들이 없을 정도 유명인사다.

그는 3년 반 전에 이미 ‘쏘울EV’ 1세대 모델을 구입했으며 추가로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봉고EV’까지 3대의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여러 장점들을 몸소 경험해본 덕분에 고객들에게 솔직한 후기와 자세한 설명을 들려줄 수 있었던 게 그만의 주요 영업 비결이다.

석 카마스터는 “저한테 전기차를 구매했던 고객들이 주변 지인들을 소개시켜주는 경우도 있고 이브이웨어 단톡방을 통해 연락이 오기도 한다”며 “‘니로EV’ 때는 혼자 사전계약 45대를 받기도 했다. 요즘에는 봉고EV가 5개월 정도 대기 수요가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기차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인기에 대해 엄청나게 실감하고 있다”면서도 차량 인도와 보조금 지급 시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판매 업무 처리가 복잡하다고 전했다. 전기차의 경우 계약한다고 몇일날 정확히 나오는게 아니다보니 영업사원의 센스있는 판단이 중요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석 카마스터는 “일반 내연기관차가 출고까지 2주에서 한달 반 정도 걸리는 반면 전기차는 6~8개월 가량이 소요된다”면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신청하면 차량이 두달 안에 나와야는데 주문 시기와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 여러가지 불확실한 변수들이 많다보니 현장에서는 관심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조금 신청 절차에 대해서도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전산처리가 한 가지로 바뀌긴 했지만 옛날보다 좀 더 복잡해진 것 같다”며 “지자체별로 제출해야하는 서류가 다르고 기준도 다르다. 전기차 구매 후 되파는 악용 사례가 있어서라고는 하는데 지금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기차를 판매하면 할인차를 판 걸로 인정돼 목표대수가 올라간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부담이 생기는 셈”이라며 “친환경차 의무판매제가 시행되면 회사 정책도 이에 맞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김중호 스캐너카정비센터 사장

김중호 스캐너카정비센터 사장은 30년 경력의 베테랑 정비사다. 덕분에 강서구 방화동 일대 뿐 아니라 오래된 단골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김 사장은 미래 친환경을 위해서라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어가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정비업 소상공인을 위한 보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내연기관차는 부품수가 2만개가 넘는데 비해 전기차의 경우 정말 단순하다”며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에서 2시간 정도 교육을 받았을 때 느낀점은 정말로 정비할게 없다는 것이었다”고 운을 뗏다.

그에 따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다르다기보다 워낙에 안에 들어있는게 없어 교육받을 것도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기껏해야 배터리, 모터, 타이어 정도가 남았는데 이마저도 배터리·모터는 수명이 10년 이상으로 긴데다 타이어는 대기업 전문 매장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현재 정비인력들은 내연기관차에 대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어 갑자기 전기쪽으로 이직할 수 없는 노릇”이라면서 “물론 종사자 모두 기본적으로 배터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교육이 돼 있다. 전기 안전 문제로 정비를 못하는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때 겹쳐지는 시기를 10~15년 정도로 예상한다”며 “이렇게 되면 현재 정비소나 공장들에서 기술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상당 부분 이뤄져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비 현장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소상공인 보호업종으로 지정해 지역별로 할당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라며 “생존권이 보장돼야 자동차 학과 학생들이나 젊은 인재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연구개발(R&D)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 남준희 굿바이카리싸이클링 대표

남준희 굿바이카리싸이클링 대표는 경기도 양주시에 자동차해체재활용업체(폐차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사업으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의 폐배터리를 새활용한 사업에 도전중이다.

남 대표에 따르면 폐차장은 20~30년 전부터 전반적으로 수익률 하락세에 빠졌다. 폐차하는 차량 대수보다 폐차장 수가 훨씬 늘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사업장 당 폐차 대수는 줄고 있는데 노동시간 감소 및 급여 상승, 전기차 증가라는 대내외적인 환경까지 보탰다.

남 대표는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차주 입장에서는 똑같다”며 “처분 절차 및 상담 문의를 하면 차량 조회하고 압류나 저당있는지를 확인해 말소시킨다. 만약 문제가 있는 차라면 차주가 직접 해결하거나 우리 측에 대행 요청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는 말소 전에 배터리를 해체해 정부 또는 지자체에 반납하는 과정이 하나 더 있긴 하다. 반납 확인증을 받으면 말소할 때 제출한다”며 “전기차는 아직 보급된지 얼마 안돼 연식이 오래된게 없고 사고로 인한 폐차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부가성이 떨어진다”며 “폐차장은 엔진, 변속기, 라디에이터 등 남은 부품이나 자원들을 다시 팔아야 사업이 되는데 전기차의 경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반납하고 나면 사실상 남은게 없어 수익률이 낮다. 건질게 없다보니 해체 시간은 매우 짧다”고 덧붙였다.

남 대표는 2018년부터 ‘새활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단 하이브리드차 배터리로는 ‘태양광 가로등’을, 전기차 배터리로는 휴대 가능한 소형 에너지저장장치(ESS)인 ‘파워뱅크’를 각각 만들었다.

이와 관련 태양광 가로등은 현재 시제품이 개발돼 실증단계에 돌입했으며 파워뱅크는 케이스 금형발주 등 테스트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오는 7월쯤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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