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유 생산량 증가...유가는 하락전망 우세
ETS, RPS 등 급격히 증가하는 친환경 비용도 고민해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생산량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졌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4.0%(1.38달러) 내린 32.98달러를 기록했다.

또 5월물 브렌트유도 35.79달러까지 떨어졌다.

국내 에너지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34.58달러까지 떨어졌다.

2월 평균 54.23달러와 비교하면 열흘 새 배럴당 20달러 이상 떨어진 것이다.

유가가 떨어진 것은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줄어서다. 사우디와 러시아 간 공급량을 둘러싼 갈등으로 원유 생산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과 코로나19가 전 세계 산업을 움츠리게 하면서 수요가 줄 것이란 전망이 유가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OPEC을 대표하는 사우디와 비OPEC을 대표하는 러시아가 생산량을 둘러싼 치킨게임을 계속할 경우 유가는 지속적으로 출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이 올해부터 에너지 순 수출국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에너지가격 하락을 떠밀었다.

불룸버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국제 LNG가격도 올해 20년 만에 초저가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글로벌 LNG 가격은 25% 이상 급락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공급과잉과 수요둔화로 최저치 경신이 전망된다.

국제 에너지가격이 큰 폭으로 변화하면서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도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요둔화로 원유와 LNG의 국제 가격이 지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참에 국제 원자재 가격과 연동이 안 된 전기판매 요금을 연동시킬 경우 국민들에게 가격 인하 효과도 줄 수 있어 지속되는 유가 하락이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도시가스 요금, 지역난방 열 요금 등에는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다. 석유, 경유, LPG 등의 석유제품도 국제유가에 따라 시차를 두고 주유소 판매가격이 변동한다.

유독 전기 요금만 구입비 연동제 도입을 못하고 있다. 전기 도매요금을 결정하는 SMP를 보면 국제 유가와 같은 형태로 그래프가 움직인다. 밀접한 연관성을 볼 수 있다.

구입비연동제는 국제시장에서 에너지 가격변화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제도다. 3~5개월의 연료비 변동을 산출해 1~2개월 이후 전기요금에 적용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화에 따라 전기요금이 변동하는 만큼 소비자는 가격 변화에 맞게 소비를 조절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초 ‘연료비 연동제도’ 도입을 검토했다. 당시 한전은 전기공급약관을 개정하고 7월분 전기요금부터 적용키로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물가인상을 우려하면서 도입 문턱에서 좌절됐다.

지금은 2011년 상황과 달라진 것이, 유가의 변화에 따라 소매요금이 변화하는 것도 있지만 전력구입비에 친환경 발전비용이 추가되면서 구입비와 연계한 소매요금 정책이 필요해졌다.

국회 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구입비용은 2019년 7440억원에서 올해는 1조4241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출권 비용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허용량을 초과해 CO2를 배출할 경우 지불하는 비용이다. 또 신재생발전 증가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비용도 2019년 1조 6035억 원에서 올해는 2조2424억 원으로 6389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RPS 비용은 50만kW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발전 의무 공급량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윤 의원은 “올해에 늘어나는 배출권 및 RPS 비용은 총 3조666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3190억원이 증가한 것”이라며 “이는 지난해 한전 영업적자 1조3566억원에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전력분야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며 “특히 에너지전환을 정부정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모두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의 도입 없이는 전력부문에서의 에너지전환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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