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방전속도 빠르고 20만회 이상 가능
전력硏,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실증 착수

한전 전력연구원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불안정성과 짧은 수명 등 단점을 극복한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고 현장실증에 들어갔다. 커패시터는 축전지로 불리며 줄여서 ‘캡’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커패시터도 배터리와 유사하게 전기를 저장하고 내보내는 장치이지만 원리는 다르다.

커패시터는 전압이 높을 때는 충전을 하고 전압이 낮으면 전하를 방전한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리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면서 전류가 발생하는 화학반응이지만 커패시터는 양전하와 음전하를 떨어뜨려서 전기장을 만들어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러한 차이로 배터리와 비교하면 전기용량은 10분의 1 수준으로 작지만, 전력 밀도는 100배 높은 장점이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전력 밀도가 높기 때문에 충·방전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가전제품, 로봇, 산업 장비, 전기차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커패시터의 용량을 최대 수천 배로 늘린 슈퍼커패시터는 1995년 일본, 러시아, 미국 등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해 응용 분야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ESS로 사용하기 어려운 슈퍼커패시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단층 구조의 그래핀 소재를 이용해 에너지 저장밀도를 크게 높였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만 이뤄진 탄소 동소체를 말한다. 네덜란드 국적의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에서 그래핀 층을 벗겨내 발견함으로써 2001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전기 전도도와 기계적 강도 등이 매우 우수해 기존의 슈퍼커패시터의 전극 재료인 활성탄을 그래핀 소재로 교체할 경우 고효율의 슈퍼커패시터를 제작할 수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2016년부터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개발을 시작했다. 기술개발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비나텍, 가천대 등이 참여했으며 현재는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한 저장장치와 배터리의 경제성 및 운전 시나리오에 대한 전문기관의 검증을 마친 상태다.

전력연구원은 지난해엔 20만회 이상 고속 충·방전이 가능한 ‘60V 220F 모듈’ 을 개발, 20개 모듈을 직렬로 연결해 ‘1100V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ESS 시제품’ 을 완성했다.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는 국제 공인인증 시험기관으로부터 내부단락·충격·과충전 등의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대전 전력연구원 내에 설치해 장기 실증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상용화되면 ESS시장 지각 변동 올 수도

연료전지발전,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에너지원이나 부하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단독으로 사용될 경우 출력 전압의 변동을 포함한 전력품질 저하를 피할 수 없다.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는 전력 밀도가 높고 충방전 속도가 빠르며 충방전 사이클 수명이 20만 사이클 이상으로 매우 길다는 특성이 있어 부하 응답 특성이 느린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스템에 슈퍼커패시터를 같이 사용하면 발전된 전력과 부하전력 사이의 차이를 슈퍼커패시터가 흡수 또는 방출함으로써 전력품질을 높일 수 있다.

한전은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를 ESS로 활용하기 위해 2020년 하반기에 100kW 실증결과를 적용한 1MW 주파수 조정용으로 실증 및 장기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에너지저장장치는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모듈▲전력변환장치로 구성된다. 2022년에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병행 운전 시스템 최적화, 운영 안정성 증대, 계통 상황을 고려한 제어전략 개발 및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상용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향후 고용량 그래핀 슈퍼커패시터의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나 수소연료자동차, ESS 등 활용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 분야 핵심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는 물론 일반 산업용 장치의 핵심부품이 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력품질 안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래핀 관련 특허는 국내 특허만 5400여 개에 달하며 특히 2012년부터 급증했다. 하지만 그래핀 슈퍼커패시터와 관련된 국내 특허는 초기 단계로 특허출원 자체도 2013년부터 늘어나고 있는 걸음마 단계다.

특히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한 전력저장장치인 모듈에 대한 특허는 거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한전은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존 20개 이상의 특허와 모듈 특허를 선점할 경우 해외시장 개척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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