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해저케이블 입찰 둘러싼 국민청원 논란

완도~제주 간 넘버(#)3 HVDC 해저케이블 입찰이 정치 공세로 번지는 모양새다.

핵심은 굳이 참여시키지 않아도 되는 중국기업을 입찰에 참여시켜 핵심 전력산업을 통째로 중국에 바치려 한다는 내용이다. 4일 현재 중국기업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0만명이 서명했다.

시민단체도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적자를 안게 된 한국전력의 비용절감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친중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우리나라 전력산업을 통째로 넘기려 한다는 허무맹랑한 내용까지 여과 없이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기업이 국내 전력사업 입찰에 참여한 것은 지난 2017년 2월 서남해 해상풍력 해저케이블(외부망) 제작 설치 공사 때부터다.

당시도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 GPA(정부조달협정)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를 제한해도 됐지만, 당시 발주기관인 한전은 GPA 예외규정을 통해 해외기업의 참여폭 확대를 통한 경쟁 강화와 예산절감 효과도 기대했다.

당시 입찰에서는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일본 스미토모, 중국 ZTT 등이 국내 시공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그해 5월 한전은 국내 해저케이블 시공 전문기업 해천과 일본 스미토모 컨소시엄과 108억원(VAT 포함)에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최저가로 진행된 당시 입찰에서 일본 스미토모 컨소시엄은 설계가격의 약 37% 선에서 사업을 따냈다.

중국기업이 참여한 두 번째 입찰은 2019년 1월에 있었던 제주~완도 간 #3 HVDC 변환소 건설 사업이다.

18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완도~동제주 구간 #3 HVDC 변환소 입찰에서는 GE-KAPES, ABB-ABB코리아, 중국업체 나리-광동전력설계연구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사업자 선정은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 국제경쟁입찰로 진행됐다.

기술평가와 가격평가는 70:30 비율로 기술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격평가를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당시 입찰에서는 중국업체 나리-광동전력설계연구소 컨소시엄의 입찰 가격이 가장 낮았지만 ABB-ABB코리아 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낙찰 가격은 12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한전의 말을 종합하면 완도~제주 간 #3 HVDC 해저케이블 입찰도 #3 HVDC 변환소 입찰과 같이 기술평가와 가격평가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해저케이블 및 전력설비 국제입찰에서는 국제 경쟁 확대를 위해 중국기업의 예외적 참여를 허용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 정권이 중국기업의 참여를 의도적으로 허용하려 한 것은 아니다. 중국이 WTO GPA에 가입을 하지 않았지만 전력사업에 중국기업이 참여한 것은 2017년 2월에 있었던 서남해 해상풍력 외부망(해저케이블) 사업부터로 볼 수 있다.

한전의 내부 발주 시스템을 볼 때 실무부서 검토에서 발주까지 기간을 고려한다면 중국기업의 참여가 논의된 것은 2017년 훨씬 이전이다.

또 탈 원전에 따른 한전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도 논리적으로 모순점이 생긴다. 당시는 박근혜 정권 때였고, 탈원전 이슈도 없었다.

당시 중국기업은 최저가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기술과 가격에서 미끄러지면서 낙찰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 입찰에 중국기업이 참여한다 해도 낙찰을 장담할 수 없다.

당시도 기술적 검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해외기업의 반응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국이 WTO GPA에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입찰에 참여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완도~제주 간 #3 HVDC 해저케이블 입찰도 한전은 그동안 선례를 검토해 본 후 기재부에 법리적 판단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도 명확히 답을 할 수 없는 것이 발주기관의 결정사안이었으며, 이번 건도 발주기관이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완도~제주 간 #3 HVDC 해저케이블 입찰에 국내 LS전선은 물론 프리즈미안(이탈리아), 넥상스(프랑스), NKT(독일), 스미토모(일본) 등 해외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WTO GPA 조건에 따라 중국기업의 참여를 제한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충분한 국제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케이블 분야 국내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은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중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외국기업의 입찰 참여가 봉쇄돼 있고 저압부터 초고압에 이르는 모든 케이블을 로컬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령 중국시장이 개방되더라도 국내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안 돼 진출을 꺼리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중국 현지 법인인 ‘LS홍치전선’ 을 통해 중국시장에 대응하고 있으며, 대한전선은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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