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조달 이자율 대비 현저히 낮은 이자율 지급해 손해 늘려
중소기업 매출 양도 허용은 안하고 세금계산서도 분할 지급
사업자 재무상 적자 지속 및 부채 탓에 신용등급 하락 부작용
사업자금 자체 조달 가능한 대기업만 남는 시장되나 ‘우려’

한국 도로공사 전경.
한국 도로공사 전경.

도로공사의 ESCO 사업을 두고 참여기업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사실상 대기업만 유리한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사장 직무대행 진규동)가 시행하는 ESCO 사업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도로공사의 일방적인 정책 탓에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CO 사업은 초기투자비를 ESCO 사업자가 조달해 절약시설물을 설치하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에너지 절감비로 초기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이다.

이때 사업자는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정부의 에너지이용합리화 정책자금으로 최저리 대출을 받아 초기투자비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 정책 자금의 금리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저렴한 2.75% 수준이다.

그러나 도로공사가 ESCO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율은 도로공사 공채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사업마다 이자율은 달리 적용되지만 1.5% 내외로 추정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자가 최저로 조달할 수 있는 이자 한계가 2.75%인데 그보다도 훨씬 낮은 이자를 지급함으로써 수익을 제한하고 있다는 얘기다. 도로공사가 1.5%의 이자를 지급했다고 할 경우 공사금액 10억원, 회수기간이 8년인 사업에서 사업자가 약 5400만원의 이자를 더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공사금액이 10억원인 사업에서 벌써 5000만원 이상의 손해를 안고 들어간다는 것.

이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에너지절약전문기업관리규정에서 제시하는 ESCO투자사업 예정가격 작성기준에 어긋난 행위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상에는 성과확정계약 또는 사업자파이낸싱성과보증계약의 경우 에너지절약시설 설치를 위해 투자되는 금액에 대한 지급이자의 금리를 ‘입찰에 참여하는 ESCO가 조달 가능한 융자금리를 적용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도로공사가 법을 지키지 않은 채 참여 기업이 어떤 수를 써도 조달하지 못하는 이자율을 독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도로공사는 또 정부의 정책에 역행해 ESCO 사업의 매출채권 양도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업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ESCO 기업은 초기투자비를 직접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사업에 참여할수록 부채율이 늘어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ESCO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판매하는데, 이를 팩토링이라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6년 성과확정계약 제도를 신설하고, 이에 대한 팩토링 재개를 결정한 바 있다. 성과확정계약은 에너지절감량이 공인된 LED조명 등 고효율인증제품으로 ESCO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후에 성과보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계약방식이다. 금융기관도 성과확정계약에 따른 ESCO 매출채권은 팩토링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이 다시 시작됐다.

반면 도로공사에서 수행하는 ESCO 사업은 성과확정계약 대상 사업임에도 팩토링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청인 도로공사가 허가하지 않아 금융기관에 채권을 양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ESCO 관련 공사가 끝난 사업의 세금계산서도 제대로 발행되지 않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사업체가 ESCO 사업을 수행하며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의 세금계산서만 발행받고 나머지는 계약기간 동안 매월 분할발급받는 형국이다.

사업마다 비율이 다르지만 대체로 도로공사가 40% 정도의 세금계산서를 선 발행하고 나머지 60% 수준을 분할 지급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도로공사의 ESCO 사업에 참여한 공사업체는 사실상 다른 공사 입찰에 참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공사를 다 마쳤는데 세금계산서를 발행받지 못해 투자는 많이 하고,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돼 매년 적자가 생긴다.

채권양도도 안되고, 매출액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ESCO 사업에 참여하고 나면 신용등급 하락과 부채율 증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렌털사업이라면 이 같은 상황의 아귀가 들어맞는다. 그러나 해당사업에서 공사업체는 하자에 대한 보증으로 하자이행보증보험증권을 도로공사에 제출하고 있다. 준공 이후 소유권이 공사업체가 아닌 도로공사로 넘어갔다는 것을 명시하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는 세금계산서 분할 발행을 통해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이 같은 행태로 인해 ESCO 사업은 대출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초기 투자비를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이 유리한 시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10억원짜리 사업에 발생하는 5000만원 이상의 손실도, 사업이 끝날 때까지 발생하는 재무상 적자도, 큰 규모의 부채를 떠안고 가는 것도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건설사도 아니고 정부 기관인 공기업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법을 어기고 계약을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공기업이 대놓고 불법과 업계의 재산권 침해를 저지르는 상황이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ESCO 관련 기업들과 손 잡고 공동으로 행정소송 대응까지 검토 중”이라며 “도로공사가 기업들에 손실을 입히는 방식을 고집한다면 우리도 소송까지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업계의 이 같은 지적과 관련 이자율은 도로공사가 수행한 연구용역을 통해 공채 이자율 지급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로공사가 직접 채권을 발행해 사업을 할 수도 있는데, 민간투자사업으로 ESCO를 진행하며 더 비싼 이자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관계자는 선을 그었다.

팩토링도 재무 관련 부서에서 내부 검토를 통해 어렵다고 결정한 것이라는 게 도로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채권양도가 필수사항은 아니고 권고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지 않는 지자체 등이 적지 않다고 도로공사는 전했다.

이와 관련 도로공사는 앞으로도 이자율 상향조정과 팩토링 도입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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