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부분의 투자은행(IB)업계는 올 한해 국내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무려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완만한 회복세, 경기 저점 확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로 지난 연말부터 3대 실물경제 지표인 생산·소비·투자는 동반 회복세를 보였다. 약 3년 만에 경기 선행·동행지수도 함께 상승했다.

뉴욕증시는 연이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신호가 점차 뚜렷해진다는 희망이 여기저기서 무르익었다.

그러나 지난 1월 20일을 전후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 순간에 공포로 전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기세 좋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하락 반전했고, 국제유가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무려 3000조원(1월 31일 기준)이 허공에 증발했고 유가는 배럴당 50달러선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 경제도 잠깐 회복됐다가 다시 침체하는 ‘W’자형의 ‘더블딥(경기 재침체)’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신종코로나는 아직 초기 단계라 실물지표상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전개상황에 따라 파급이 어디까지 미칠지 미지수다. 불확실성은 경제 주체들이 가장 싫어하는 요소다. 이보다 더 큰 리스크는 없다는 점에서 불안 심리가 모든 상황을 지배하는 ‘패닉’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양새다.

신종코로나가 국내에서 추가 확산될 경우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6~0.7%p, 연간 최대 0.2%p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감안할 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수출과 관광 위축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 지금 인간은 그 어떤 시대보다 빠르다. 그리고 의학을 포함한 모든 기술은 그 어떤 시대보다 고도화됐다. 반대로 전염병의 영향력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측하기 힘든 돌발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역체계나 백신 개발, 경제 펀더멘털 등 극복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해있다.

비정상적인 불안 심리, 과도한 두려움과 공포는 비뚤어진 인식, 비정상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WHO는 “신종코로나와 관련한 정보가 과도하게 넘치는 상태”라며 이를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감염증으로 표현했다. 바이러스와 다를 게 없다. 근거 없는 낙관만큼 지나친 비관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역사적으로 2000년 이후 글로벌 감염병 공포가 단기적 악재로 작용한 적은 있어도 경기 방향성을 바꾼 경우는 전무하다. 이는 이미 통계로 입증된 팩트다.

각자가 좀더 의연해질 필요는 차고 넘친다. 공포의 바다에 휩쓸리기 보다는 이성적인 성숙함이 요구된다. 정부도 선제적이면서 집요한 방역체계뿐 아니라 경제심리 위축을 막기 위한 조치, 즉 공포심을 진정시키는 데 더욱 신경써야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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