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건설업은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팽팽한 기싸움의 해”

민간/건축부문 위축을 공공/토목부문이 얼마나 완충할지 관건
건설투자 감소폭 축소세...2020년 하반기 회복세 전환도 기대
종합·전문건설 체계 개편, 전문건설 대업종화, 등록 완화 등 쟁점
건설업의 제조업화, 스마트건설 등 환경 변화에 대처해야

국내외 경제단체 및 연구소들은 2020년 국내 경기여건을 어둡게 보고 있다. 제반 경제주체들도 내실경영, 미래먹거리 창출 등에 중점을 두고 2020년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선행업종인 건설업계는 올해 전망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본지는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을 만나 2020년 건설경기 전망과 주요 이슈에 대해 짚어봤다.

“건설수주는 2016년 165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2019년 하반기 이후 감소폭이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9년 건설시장은 민간부문의 수주 감소를 공공부문이 상쇄하고 있는 양상으로 흘러갔으며 이러한 흐름은 2020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2020년 건설수주는 주거용 건축부문이 위축되는 가운데 공공과 토목부문이 완충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0년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1.2% 소폭 감소한 150조원 초반이 예상됩니다.”

박선구 실장은 2020년 건설경기를 민간부문 감소폭과 공공부문 증가폭의 팽팽한 ‘기싸움’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2020년 한 해 동안 민간 및 건축부문의 약세가 예상된다. 정부의 주택 시장 안정화정책으로 주택인허가 및 착공물량이 감소하고 있어 주거용 건축 물량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SOC 예산증액, 도시재생 및 생활SOC 확대, 수도권 철도사업 발주 기대, 민간 발전소 건설 확대 등으로 공공과 토목부문의 수주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민간 건축부문의 감소세가 공공과 토목부문 증가세에 비해 소폭 클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건설투자는 2018년 하락세로 전환해 2019년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하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축, 토목 등 전 부문이 부진하며 주거용 건축의 하락폭이 큰 상황입니다. 2020년 건설투자는 연간 1.8% 감소하면서 3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감소폭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상 건설수주와 건설투자의 시차는 4분기 수준이며, 최근 건설수주의 일부 회복세를 감안하면 건설투자는 하반기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설수주가 선행지표에 가깝다면 건설투자는 건설기성과 함께 대표적인 동행지표다. 건설투자는 2020년에도 감소세를 시현하며 전년 대비 1.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적으로는 건축부문 투자가 줄어들고, 토목투자는 일부 증가해 전체적으로 소폭 완충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과 민간 경제기관들도 2020년 건설투자를 2% 내외 감소세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 감소폭은 2018년, 2019년에 이어 계속 줄어들 것이다. 2020년 하반기에는 감소세가 증가세로 전환해 ‘U’자 형태의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반기 회복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가파른 회복세인 ‘V’자 형은 되지 않을 것이다. ‘U’자의 아랫부분이 다소 길어지는 ‘U’자형이 될 것이라는 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전문건설업은 하도급 물량이 전체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 건설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구조입니다. 다만 건설생산체계의 분업화, 전문화로 인해 건설수주에 비해 진폭이 작은 특성이 있습니다. 2020년 전문건설업 계약액은 연간 0.3% 증가한 98조8000억원으로 전망됩니다. 공공부문 투자 증가가 소규모 공사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박 실장은 건설업계 한 축을 차지하는 전문건설업계는 종합건설업계에 비해 회복세가 다소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전문건설업 계약액은 전체 건설경기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지만 신규진입이 크게 늘어나 업체당 평균 계약액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전문건설업 업체당 평균 계약액은 16억6000만원으로 2015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즉 전문건설업 시장규모는 커졌지만 업체수 증가로 인해 실적 개선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건설업 계약액과 관련해 2019년은 93조5000억원(+0.5%), 2020년은 2019년 대비 0.3% 증가한 93조8000억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공공 및 토목발주 증가 등으로 전문의 원도급계약이 4% 늘어난 31조4000억원으로 예상되며 하도급계약은 건축부문의 부진에 따라 1.4% 줄어든 62조4000억원으로 판단된다. 전문건설업 계약액은 전체 건설수주와 건설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2020년에도 등록기준 완화에 따라 전문건설업 기업수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이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기업별 평균 계약액은 소폭 줄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2020년 최대 이슈는 ▲정책에서는 건설생산체계 개편 ▲시장에서는 건설투자의 회복세 전환 여부와 시점이 될 것입니다. 특히 건설생산체계 개편은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 전문건설업계 업종분류 대형화, 전문건설업 등록기준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올해 만들어지고 2021년부터 본격 시행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시장구도가 대폭적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는 건설과 별도로 분리발주해 시공하며 안정적인 발전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 전문건설은 종합건설과 원도급-하도급 관계, 복합공사-단일공사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대표적인 규제 장벽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정부는 2018년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을 발표,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 규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종합·전문건설업 간 칸막이식 업역규제는 1976년 전문건설업 도입 이래 40여년 이상 유지돼온 가장 대표적인 규제로 공정경쟁 저하, 페이퍼 컴퍼니 증가, 기업성장 저해 등 부작용이 커 1990년대 중반부터 여러 차례 폐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양 업계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계속 존치돼 왔다. 복합공사(원도급)는 종합건설, 단일공사(하도급)는 전문건설업자만 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개선돼야 하는 규제라는 게 국토교통부의 지적이다.

이런 지적을 반영, 관련 법령인 건산법이 2018년 12월 개정됐고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 업역규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이에 따라 소규모 복합공사와 대형 단일공사 시장에서 종합·전문 간 상호경쟁이 이뤄진다.

또 정부는 철근콘크리트, 기계설비, 실내건축, 토공, 승강기, 철도궤도 등 29개 전문건설업종을 10개 내외로 새롭게 재편할 계획이다. 업종 대형화는 종합건설 복합공사와 연계해 건설업계 판도를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다.

업종체계 개편, 대업종화, 상호 실적 인정기준 등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쟁점이다. 정부가 2021년 본격시행을 예고하지만 곳곳에서 쉽지 않은 난관이 많아 2020년 내내 치열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란 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건설경기 회복 시점과 관련, 박 실장은 “건설시장에서 민간부문이 약 75%를 차지하고 이중에서도 주택이 60%를 차지하는데 25%의 공공·토목부문만으로 전체 건설시장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상한제, 민간주택 공급 축소, 주택·부동산 경기 등 주택분야의 정부 정책에 따라 주택시장 변화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이어진 건설업 하강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나, 최근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건설시장에서 민간·건축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을 감안하면 정부의 재정투자만으로는 건설경기 회복에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 재정 역시 SOC투자 등이 후순위임을 감안하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는 환경과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건설경기는 장기 횡보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U’자 형태의 회복세가 ‘L’자 형태로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건설시장 2020년 키워드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모아집니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대처하겠지만 중소기업은 녹록지 않습니다. 양적수주 확대보다는 공공공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수익성을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업이 제조업으로 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공사현장에 젊은 인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 외국인근로자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건설현장도 공장화, 자동화, 모듈화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시티, 스마트건설 등 4차산업 기반의 첨단기술을 접목한 ‘강소기업’으로 체질을 바꿔가야 합니다.”

전기업계와 관련, 박 실장은 “2018년, 2019년 건설투자와 함께 설비투자도 줄었는데 후행업종인 전기공사 실적은 계속 증가했으며 2020년에도 선행지표에 따라 전기공사 실적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며 “이는 건설자재, 인건비 단가 상승과 함께 민간 발전소 건설 수요가 확대된 영향도 있을 것인데, 이외에 어떤 환경 변화가 있었는지 면밀히 파악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표1) 2020년 건설수주 전망

(도표2) 2020년 건설투자 전망

(도표3) 2020년 전문건설업 계약액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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