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과 원칙 강조…‘안전문화’ 최우선
‘첫 원전’ 자부심 이어 원전해체 ‘새로운 시작’ 신성장동력으로
고리 1호기 2022년 6월 본격 해체 착수, 상용화 기술 미확보 17개 中 10개 개발 完
원전해체 홍보시설 마련 등 지역 소통 강화, 사회공헌활동도 지속

이신선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장
이신선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장

우리나라 상업 원전의 역사가 시작된 곳,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원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원자력 발전 역사에 이어 원전해체 역사의 첫발을 내딛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가동 중인 원전의 운영·관리와 더불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원전해체 사업이 미래 원전산업계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체 상용화 기술 확보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지역 대상 원전해체 홍보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취임한 이신선 신임 본부장은 경자년 2020년 고리본부를 이끌어갈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이 본부장은 “고리본부가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리본부와의 인연도 이미 한 차례 있다. 지난 2015년 고리1발전소 소장으로 근무한 뒤 2016년 고리본부를 잠시 떠났다가 약 3년 만에 복귀했다.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 원자력의 효시이자 역사인 고리본부의 본부장으로 취임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스럽다”면서도 “에너지전환 정책 등으로 내·외부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아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본지는 고리본부에서 가동 원전 운영과 해체사업 토대 구축을 투트랙(Two-track)으로 이끌 이신선 본부장을 만나 경영 목표와 운영 현황, 사업 진행 방향 등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 본부장으로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경영 목표는.

- 취임식에서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않는 원전운영을 강조했다. 규정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원자력산업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몇몇 사건들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과거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아픔도 겪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안전한 원전을 운영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부서 간 긴밀한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또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될 수 있게 유연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다. 그뿐 아니라 열린 소통과 화합으로 지역과 상생하고 유대를 강화해 더욱 신뢰받는 고리본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 정부 들어 원자력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원전산업의 전(全)주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신규원전 건설, 운전, 정비 등 선행주기에 초점을 뒀던 것과 달리 앞으로 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 부지 복원 등 후행주기에 기술적·정책적으로 집중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 첫 사례가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시행되는데, 고리원자력본부의 원전 후행주기를 비롯한 전 주기 운영 현황을 소개한다면.

- 현재 고리본부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비롯해 고리 2호기, 신고리 1·2호기, 계획예방정비 중인 고리 3·4호기를 운영 중이다. 발전소 운영에서 가장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철저한 설비 관리다. 작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원인을 밝혀내고 조치도 명확해야 고장과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 해체는 15년 이상 걸리는 장기적인 사업으로, 해체계획서 마련·허가, 사용후핵연료 냉각·인출, 시설물 본격 해체, 부지 복원·해체 완료 등 크게 4단계로 진행될 계획이다. 현재 1단계에 해당되며 정부로부터 해체 승인을 받기 위해 인허가 서류인 최종해체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 작성된 초안은 올해 상반기에 주민 의견 수렴과정을 거친 후 규제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오염된 설비의 제염과 절단 방법, 폐기물처리방법 등을 포함한 종합설계용역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해체 로드맵에 따라 최종해체계획서의 정부 승인이 목표대로 추진된다면 2022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해체 작업이 착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 해체기술 평가 시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17개가 미확보로 분류됐다. 이후 정부와 한수원 주도로 산업계, 학계, 연구계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참여, 기술개발을 진행해 지난해 12월 기준 17개 기술 중 10개 기술을 개발 완료했다. 나머지 미확보로 평가된 7개 기술은 고리 1호기 해체착수 전인 2021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수원 내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준비단도 출범했다. 현재 해체연구소 설립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또 반출되는 사용후핵연료, 해체폐기물 등 방사성폐기물은 어디에 보관하게 되는지?

- 한수원은 정부·지자체와 함께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내년 초 설립계획을 이사회에 부의할 예정으로, 이사회 의결 후 비영리 공익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설계, 부지 정지, 시공 등의 순서로 연구소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의 재검토를 위해 재검토위원회를 지난해 5월 발족하고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등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 중이다. 향후 정부의 관리정책이 재수립되면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염·철거 후 감용 기술을 적용해 최종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은 약 1만4500드럼으로 예상되며 경북 경주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40여 년간 원전과 삶의 터전을 나눈 지역 주민과의 소통은 필수불가결한 문제다. 원전 지역 주민은 어떤 지원과 보상을 받고 있는지 알려달라. 또 해체 작업이 발전소 내 부지에서 수행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관련해 지역 주민과 소통·합의를 이뤘는지?

- 고리본부의 성장과 발전은 지역사회의 협조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리본부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지역 우수학생 육성, 장학사업,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복지·문화 진흥을 위해 사업자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87억원의 예산(기장군 전체)으로, 215건의 지역 발전과 상생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고리본부는 직원 1500여 명으로 구성된 고리봉사대를 통해 농번기 일손돕기, 마을 행사 지원, 불편사항 해결, 재해복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리본부는 해체사업에 대한 지역사회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해체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소통하기 위해 고리 1호기 개방을 통한 홍보를 지속해서 추진했다. 올해는 본부 홍보관 내에 원전해체 특별홍보 존을 설치해 지역 주민들이 원전해체 현황과 계획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임기 중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포부 등이 있다면.

- 고리 1호기는 지난 40년 우리 원전 역사의 산증인이다. 고리 1호기가 있었기에 원자력 기술자립이 가능했고 이제는 외국으로 수출하는 원전 강국으로 성장했다. 고리본부는 ‘최초’라는 자부심으로 고리 1호기를 운영해왔으며 이제 원전해체라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를 계획대로 추진해 원전해체 사업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게 하고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이 되게끔 그 토대를 잘 구축하겠다. 이와 함께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안전문화 정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한 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꼼꼼한 설비 관리를 통해 안전한 발전소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He is…

29대 고리원자력본부장으로 취임한 이 본부장은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지난 1985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발전팀장·발전소장, 발전본부 정비처장·발전처장, 한강수력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전기의 날 유공 대통령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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