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핵폐기물관리기구 “지역민과 지속적인 쌍방향 소통 必”
韓에 사용후핵연료 처분 계획 선례 제시

캐나다의 APM에 따른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표 (제공: NWMO)
캐나다의 APM에 따른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표 (제공: NWMO)

캐나다가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처분 계획을 활발히 실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가 2년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이를 관리할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중이다.

NWMO(Nuclear Waste Management Organization, 캐나다 핵폐기물관리기구)의 데릭 윌슨(Derek Wilson) 부사장은 최근 열린 제6차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 심포지엄에서 캐나다의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장기 계획인 APM(Adaptive Phased Management)에 대해 소개했다.

캐나다에서는 전문가와 국민 간 소통을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이어온 끝에 2007년 캐나다 연방정부로부터 APM이 국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계획으로 선정됐다. 현재 NWMO가 이를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장기적인 운영 사례는 캐나다뿐 아니라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 원전국가에서도 시행돼 우리나라와 같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국가에 선례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지역공론화를 위한 지역실행기구 구성에도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저장시설에 임시저장되고 있는데, 2021년 11월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시설이 포화할 것으로 예상돼 별도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문제는 과거부터 논의돼왔지만, 지역사회와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다. 2004년 12월 사용후핵연료는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기로 하고 경북 경주시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우선 건설했다.

이후 2013년 10월부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운영됐지만,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점 등 관리정책 재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5월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이 발족했다. 재검토준비단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5월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해 활동 중이다.

NWMO는 처분 대상인 사용후핵연료 540만 다발에 대한 프로젝트 비용으로 28조 원을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갖춰진 시설에 보관할 수 있는 용량이 52만8716다발이며 올해 9월 기준 원전별로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는 47만9980다발에 이른다.

처리 비용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시)은 64조 원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2015년 수립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거 원전해 36기가 설계수명이 다할 때까지 운영되고 중간저장시설 운영 기간 96년, 영구처분시설 처분 기간 78년을 기준으로 산정한 규모로, 실제로는 예상한 비용보다는 적게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까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와 재검토에 투입된 예산은 157억1600만 원, 2012년부터 올해까지 사용후핵연료 관리기반조성에 쓰인 예산은 156억1300만 원에 이른다.

캐나다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선정 과정에서 관심을 표현한 지역 5곳. 이 5개 지역은 연구를 거쳐 2곳으로 좁혀진다. (제공: NWMO)
캐나다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선정 과정에서 관심을 표현한 지역 5곳. 이 5개 지역은 연구를 거쳐 2곳으로 좁혀진다. (제공: NWMO)
현재 캐나다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선정 과정에서 관심을 표현한 지역은 총 5곳이다. 윌슨 부사장은 “5곳은 현재 연구 대상이며 이 중에서 다시 2곳으로 좁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부지 특성화를 위해 적합한 위치를 식별하려면 안전성 확보, 수용 가능한 수송경로, 기관·기업 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 5월 부지선정 절차에 착수한 캐나다는 ▲2023년까지 부지확보 ▲2032년까지 제도적 승인 완료 ▲2033년부터 설계·착공 ▲2043년 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APM의 기본 원칙으로 ‘새로운 지식의 통합’을 추구한다”며 “기술 학습의 진보, 국제 모범사례, 시민의 지속적인 참여, 지역민의 지식과 통찰력, 공공 정책의 변화, 진화하는 사회적 기대와 가치에 대응해 계획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PM을 기술적 방법과 관리 시스템으로 나눠 설명하면서 “이 장기 계획은 국민과 함께 실행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기술적으로 건전하며 환경적으로 책임질 수 있고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관리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NWMO에 따르면 기술적 방법으로는 심층저장소에 중앙집중식으로 격리 보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관찰을 하면서 사용후핵연료 회수에 대한 가능성도 고려한다.

관리 시스템에는 유동적인 계획 실행, 단계적이고 수용적인 의사결정이 포함된다. 또 장기적인 계획인 만큼 기술과 연구의 발달, 지역에 대한 지식이나 사회적 가치관의 진보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자발적으로 시설을 수용하는 지역을 모색해 개방적이고 포괄적이며 공정하게 부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윌슨 부사장은 “수십 년에 걸친 다세대 계획이기에 APM을 실행하는 동안 국가와 사업자는 지역사회를 알아야 하고 지역민에게 시설에 대한 전문지식을 이해시키며 쌍방향 소통을 통한 ‘화해정책’을 반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5년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로부터 질문을 받아 피드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캐나다는 사용핵연료의 99,7%가 중수로형(CANDU)이지만 다른 연료 형태가 생길 수도 있고 또 소형원전시장도 성장하고 있어 산업계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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