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한빛 1호기 사고 등 계기로 중대사고 관리·안전문화 확립 인식 제고
KAERI, I&C 중심 원전 원격 감시·제어 시스템 개발 中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에서 개발 중인 모바일 원격 감시제어실 화면. 메인화면(왼쪽)에서는 해당 호기의 전반적인 감시가 이뤄지며 상시 감시 화면(오른쪽)에서는 다수호기의 상태를 동시에 감시하며 변수별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에서 개발 중인 모바일 원격 감시제어실 화면. 메인화면(왼쪽)에서는 해당 호기의 전반적인 감시가 이뤄지며 상시 감시 화면(오른쪽)에서는 다수호기의 상태를 동시에 감시하며 변수별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중대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I&C(Instrumentation & Control, 계측제어) 기반 대응 기술이 개발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중대사고 관리에 대한 인식이 제고된 데 이어 최근 한빛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로 안전문화 확립이 강조되면서 원전 내 전 시스템을 감시·조종하는 계측제어 분야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에서는 중대사고 대응 원격 감시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극한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한 항공기 블랙박스 개념의 실시간 사고정보 수집 장치나 방사능 누출사고로 30㎞ 이상 넓은 지역으로 소개될 경우 지속해서 사고 대응이 가능한 다수호기 동시 원격 감시제어실의 필요성 때문이다.

또 실시간 통합감시·조치지원 시스템(I-MAS; Intergrated Monitoring and Action Support Room)을 활용하면 설계기준사고, 설계확장조건(DEC; Design Extension Condition), 중대사고 상황 등 사고대응요원의 상황인식과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KAERI는 이 시스템의 시제품 개발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말까지 방사선 내성 시험, 온도·침수·방폭·고진동·전자파·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파) 내성 시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 모바일 원격 감시제어실과 원전블랙박스 간 30㎞ 이상 실시간 고신뢰도 정보전송능력, 전체 시스템 기능·성능시험에 대한 실증시험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대사고 환경에서 생존 가능한 원전블랙박스, 또 이 블랙박스와 모바일 원격 감시제어실 간 위성통신용 신호처리기를 설치해 30㎞ 원거리에서 이동하며 12개호기를 동시에 감시·제어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NuPIC 2019 원전계측제어 심포지엄’에서는 과제로 진행 중인 중대사고 대응 원전블랙박스, 모바일 원격감시제어 모듈, 실시간 통합감시 조치지원 시스템 개발 등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한 지역에 다수호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다는 특성 때문에 동시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

또 지난 2016~2017년 경주·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제어실 손상을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중대사고 관리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지난 6월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원전 호기별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받은 바 있다.

김창회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
김창회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
김창회 KAERI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계측제어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원전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게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며 “지진으로 제어실이 손상돼 내부로 접근해 조치를 취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상대응요원들의 신속한 상황판단과 조치를 위해 원자로 상태를 즉각 파악할 수 있는 장비나 방사능 누출을 대비해 외부에서 발전소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장인석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
장인석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
장인석 KAERI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중대사고를 가정했을 때 국내 계측제어 캐비닛은 발전소 상태정보의 획득·제어를 수행하기에는 취약하다”며 “발전소 부지 외부에 위치한 비상운전본부(Emergency Operations Facility)는 발전소 사고에 따른 감시 정보가 제한돼 있어 대형 사고 시 활용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상대응설비를 이용할 경우에도 계측제어 캐비닛의 기능이 상실되거나 방사능 누출로 인해 20㎞ 이상 넓은 지역으로 소개될 경우 사용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영규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
노영규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
노영규 KAERI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는 “기존의 안전정보표시계통(SPDS)은 정보 취득·감시 등에 한계가 있어 사고 완화 조치지원이 불가능하다”며 “실시간 통합감시·조치지원 시스템으로 중대사고를 조기에 완화하고 작업의 효율을 높이며 인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I-MAS를 이용하면 원전의 상태를 진단하고 환경정보나 CCTV 등 공유정보를 확인하며 사고대응형 HMI(Human Machine Interface, 인간기계연계)를 기반으로 전략진입조건 평가, 사고 진행예측, 거주성 확보 등의 감시와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을 국내 원전의 사고대응거점에 설치해 서고대응요원의 상황인식과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조속한 사고완화·사고대응요원 피폭 저감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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