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용기’ 국산화 성공
기술 고도화·수출 활성화 추진
美 NAC 요청으로 TMI 원전 CASK 제작 참여 검토 中

두산중공업 CASK 전시 센터.
두산중공업 CASK 전시 센터.

두산중공업(대표이사 회장 박지원)이 미국 사용후핵연료 관리 전문 기업과 손잡고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스템을 개발해 수출을 추진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용기(CASK) 산업 활성화에 한발 다가설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원전산업계는 전(全)주기 활성화를 목표로 원전 후행주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두산 역시 최대 12조원 규모에 달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스템에 사활을 건 셈이다.

두산은 미국 NAC 인터내셔널(NAC International)의 검증된 설계를 기반으로 국내 원자력안전법과 환경요건을 고려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용기를 국산화했다.

CASK 운용 절차.
CASK 운용 절차.
한국형 건식저장시스템인 ‘DOOSAN-DSS’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DC) 인허가를 받은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두산이 개발한 시스템이 미국에서 새롭게 인증을 받으려면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당장 미국 내에서 사업화할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에 대한 복안으로 NAC가 DC 인증을 취득한 콘크리트 저장 용기 모델을 금속 저장 용기로 변경해 개정승인을 받으면 약 2년으로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두산 측 설명이다. 이달 중 두산은 미국 NRC에 개정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고리 1호기 해체사업 일정을 준수하고 건식저장시설을 사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CASK 시장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스템 국산화를 완료한 두산은 현재 NAC와 협력해 국외 CASK 시장 진출과 CASK 제작 기술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는 NAC의 요청으로 스리마일섬(TMI) 원전의 CASK 제작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양사는 향후 미국 사용후핵연료 시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신규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두산은 NAC와 한국형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용기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이후 설계기술을 이전받아 2017년 말 21다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스템(DSS-21)의 개발을 완료했다.

이전까지 두산은 국내 발전소 내 이동을 목적으로 독일 GNS가 설계한 CASK를 제작해 공급하거나 일본 도쿄전력에서 발주한 CASK를 제작하는 데 그쳤다.

이 경험을 통해 두산은 국내 환경에 맞는 CASK 개발 필요성과 지역 여론·신규 규제 대응을 위한 자체 설계 능력을 확보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후 도쿄전력이 CASK 사업을 중단하면서 CASK 전문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도모했다.

두산은 국내외 사용후핵연료 관리 시장을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선점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국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 주도의 기술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 소내 임시저장시스템 기술부터 국산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소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를 앞두고 있어 재공론화를 통해 내년 5월까지 관리정책 확정을 계획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올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리원전은 1·2차 각각 2025년·2031년 ▲한빛원전은 2029년 ▲한울원전은 2030년 원전 내 습식저장시설이 포화된다.

부지 선정과 건설 등의 기간을 고려할 때 포화시점까지 중간저장시설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두산은 “소내 임시저장이 필수적”이라며 “고리 1호기 해체를 고려할 경우 2025년부터 시설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고리 1호기는 해체 계획에 따라 2025년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재검토·인허가 체계 변경 후 발주할 경우 2028년 완공으로 최소 3년 이상 해체 지연이 예상된다”며 “한빛·고리원전의 포화 시점을 고려하더라도 소내 임시저장시설의 조속한 발주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고리 1호기 해체사업의 일정을 준수하기 위해 CASK는 2025년 이전에 공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두산중공업 CASK 제작 공장 전경.
두산중공업 CASK 제작 공장 전경.
한편 올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3차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개최해 원전 후행주기 분야 산업역량 육성의 필요성을 되짚었다.

이 협의회에서는 원전 후행주기 분야에서 기자재 수출 우수사례로 두산과 세아베스틸이 소개된 바 있다.

두산은 자회사인 두산밥콕이 영국 셀라필드(Sellafield)사와 계약 체결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원전해체폐기물‧방폐물 관리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5월 두산밥콕은 셀라필드와 9월부터 20년간 14억 유로(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방폐물 처리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 두산이 확보한 설계역량을 바탕으로 국산화한 다양한 CASK 라인업도 소개됐다. 기존의 21다발 공용 CASK뿐만 아니라 고리원전에 최적화한 24다발 CASK 등의 신규 모델도 선보였다.

이밖에도 세아베스틸이 오라노 TN과 협력해 제작한 CASK가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세아베스틸은 지난달 오라노 TN과 총 17기의 CASK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CASK를 수주한 쾌거다.

두산 역시 CASK 제작 능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면서 중소기업에 공급망(Supply Chain) 연계가 가능하고 국산화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이 이미 확보한 국내 중소기업 136개 업체가 담당하는 공정 비중이 총 매출액의 79%에 달하고 특히 CASK 제작 공정의 특성상 국내 중소기업의 수행·접근이 용이하다. 제작 원가에서 중소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이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품질관리·비파괴검사, 가공·제관·용접, 부지 취급·시험 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참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사업이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보호·육성 사업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더글러스 제이콥스 NAC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2019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해 “현재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환경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두산과 협력해 개발 중”이라며 “특히 한국은 법적 제도, 그중에서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최우선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두산은 “국내 업체가 설계기술의 자립 없이 단순 제작만 할 경우 해외기술사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며 “두산은 자체 설계역량을 보유해 사업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CASK 사업은 중장기 국가 정책사업으로 국내 기업과 지역주민에게 수혜가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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