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업체들이 노조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최근들어 노조의 집단행동이 과감해지고 결국에는 파업으로 번졌다. 노사간 대립의 시작은 임금이다. 임금을 올려 달라는 쪽과 적정임금에서 타협을 보려는 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생긴다.

업체들은 임금인상 요구가 너무 과하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일을 해도 남는 돈이 별로 없는데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임금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 소리도 들린다.

또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특정노조에 가입한 직원만 일당전공을 고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 달에 의무적으로 몇 일을 고용하라는 요구다. 이를 공수(工數)라고 하는데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10일에서 20일까지 다양한 요구가 있다. 공수 계약을 하면 일을 하든 안하든 일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런 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생소했는데, 전국에서 사업주의 선택권을 아예 없앤 이런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또 매달 사업주에게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계약도 버젓이 횡횡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가능한 것은 사업주들이 안고 있는 약점 때문도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배전전문업체들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렸다.

파업 때문에 일을 못 한 것은 둘째 치고 한전의 시공지시를 따르지 못해 소위 패널티를 받게 된 것이다. 노조는 이런 약점을 이용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고, 결국 사업자들이 손을 들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놓였다.

때문에 법은 약자인 노동조합 조합원도 보호를 해야 하지만 사업주도 엄연히 국민의 한 사람인 만큼 공정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43조에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탓에 파업을 하면 누구도 대체해 일을 할 수 없다. 전력산업 현장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현장이 있고 단 한시간 이라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보는 사업장이 있다.

예고치 못한 사고로 인해 전력공급이 중단됐다면 한전과 계약을 맺은 전문업체가 신속히 공사를 해야 하지만 기술자를 대체 투입할 수 없어 시공지시를 불이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21세기 대한민국이다.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남부지방과 동해안 지역을 휩쓸고 간 제18호 태풍 ‘미탁’ 때문에 4만4045 가구가 정전됐다.

그러나 한전과 배전전문업체 직원 2969명이 투입돼 3일 오전이 끝날 무렵에 대부분 정전을 복구했다.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복구가 대부분 이뤄진 것이다.

해당지역에 업체의 조합원들이 파업 중이었다면 이런 빠른 복구가 가능했을까. 그렇치 못했을 것이다. 그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겪게 된다.

부당한 대우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당으로 포장해 과욕을 부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전력망 중 배전분야는 앞으로 국가 에너지정책의 코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중요 시설이 임금 등 노사간 대립으로 멈춰서지 않게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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