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서울 중구 HJBC 광화문센터에서는 기후솔루션이 개최한 두 번째 ‘한-EU 재생에너지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재생에너지 입지정책과 주민수용성을 두고 EU 전문가들과 국내 관계자들이 토론했다.
8월 26일 서울 중구 HJBC 광화문센터에서는 기후솔루션이 개최한 두 번째 ‘한-EU 재생에너지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재생에너지 입지정책과 주민수용성을 두고 EU 전문가들과 국내 관계자들이 토론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주민 민원’은 쥐약이다. 여러 인허가 과정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주민과의 갈등이 커질수록 사업 진행은 난망해져서다.

주민 민원의 이유는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태양광 발전의 경우 ‘발전소로부터의 거리(이격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경관이 훼손돼서, 차폐 시설이 부족해서’ 등이 대표적인 반대 이유다. 해상 풍력의 경우 어족 변화, 소음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심한 경우엔 엎어지기도 하면서 정부와 민간 기관들은 이 갈등 해결 방안을 놓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후솔루션이 개최한 두 번째 ‘한-EU 재생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는 재생에너지 입지정책과 주민수용성을 두고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단순 보상금 위주 보상 지양 ▲인허가 과정의 간소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단순 보상금 지양하고 장기적 이익 공유해야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주민 민원을 해결한다는 것은 곧 사업자 스스로 주민들과 경제적인 보상 합의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엔 발전기금조성, 주민 공용시설 건설, 수익의 일부 공유 등 각 사업자마다의 자구책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런 보상책을 일원화하기 위해 주민이 함께 사업에 참여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인센티브(가중치)를 더 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실현되는 사례가 적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현실적으로 주민에게 투자 설득을 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사업자 자신도 이윤을 나누는 것을 꺼려해서다.

이와 동시에 현장에서는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보상요구가 더 높아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익 공유에 대한 명확한 범위나 한도가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전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투자나 노력 없이 무조건적인 이익 공유를 요구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과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이런 경우, REC 가중치를 더 주는 방식을 시행하다가 불필요한 곳에 세금을 투입하게 될 수 있다”며 “더 큰 보상만을 요구하는 현상을 제어하기 위해선 갈등을 해결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주민들이 지분을 투자해 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익을 얻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객관적인 피해가 입증되지 않은 곳에까지 생태 파괴‧부동산 가치 하락 이유로 보상을 해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 인허가 과정의 간소화 … 정부의 강력한 의지 필요

지자체의 이해할 수 없는 이격거리 규제 등 들쑥날쑥한 인허가 기준에 따라 사업 진행이 더뎌지기도 한다.

한 태양광 개발업체 대표는 “강원도에서 추진하던 사업이 ‘경관 침해’라는 이유로 허가가 반려된 적이 있다”며 “추가 설명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는데,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인허가 갈등은 행정소송으로까지 비화해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이날 세미나에서 E&Y의 키아라 도나디(Chiara Donadi) 변호사는 26일 세미나에서 이탈리아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는 기술적 문제가 있을 때”라면서 “프로젝트를 반대한다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술적 이유를 말해야 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사업자들이 ‘깜깜이’ 인허가 과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과는 배치된다.

도나디는 “이탈리아는 현재 ‘Conferenza di Servizi’라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인허가 과정에서 모든 관계 기관이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프로젝트에 대한 인허가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은 의견을 무조건 내야 한다.

도나디는 “정부 당국자들이 인허가 절차에서 의견개진을 함께 함께 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만일 이 과정에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면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Conferenza di Servizi가 시행되면서 정부당국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규제하는 주체에서 사업 유치를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 소속 박지혜 변호사는 “EU에서는 2001년부터 유럽연합 지침을 통해 재생에너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추진해왔다”며 “이런 경험을 참조해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전 계획 수립, 합리적인 인허가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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