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도매시장 全 업체 개방한 격…가스공사 역할 축소론 제기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국민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띠는 가스는 민간의 영역으로 갈 수 없습니다. 새로운 사장의 행보를 이 같은 관점에서 주시할 것입니다.”

지난 5월 출범한 한국가스공사 노동조합 측이 밝힌 활동 계획이다. 지난 7월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채희봉 후보가 임명되면서 새로운 경영진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전기신문의 질문에 송규석 가스공사 노조위원장은 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송 위원장의 우려는 발전용 LNG(액화천연가스) 직수입 확대와 개별요금제와 관련이 깊다. 발전사들이 독자적으로 자원 거래에 나서는 경우 지금까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했던 가스공사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8월 국내 발전사의 LNG 직수입 물량은 801만t이다. 해가 갈수록 이 수치는 늘고 있다. 2015년 190만t, 2017년 461t, 2018년 611t에 이어 올해는 8개월 만에 800만t을 넘어섰다.

발전사 등 개별 업체가 가스공사 대신 직접 LNG를 수입하는 형태의 직수입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필연적으로 가스공사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까지는 가스공사의 수입물량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LNG 총 도입물량은 4401만t 규모다. 이 중 3790만t은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했다. 개별 기업의 직수입 물량은 611만t으로 13.9% 수준이다.

하지만 직수입 물량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가스공사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직수입은 규제 완화의 목적을 갖는다. 천연가스 대량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가스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면서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민간 발전사가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수입을 도입할 경우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가스공사가 발전사에 제공하는 LNG 연료 단가는 t당 781달러다. 하지만 직접 수입할 경우 t당 581.8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LNG도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를 통해 가격이 대폭 저렴해지는 추세다. 도매에서 소매를 거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가스공사와의 장기계약 대신 직접적인 거래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년부터는 소규모 발전사도 직수입에 나설 전망이다. 그 비중 또한 커지게 된다. 2022년에 이르면 전체 LNG 직수입 물량은 1121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힘입어 문재인 대통령이 브루나이에서 LNG 계약을 타진할 정도로 천연가스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난 상황에서 더 큰 실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직수입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가스공사 실적 증감의 관건은 개별요금제에 달렸다. 가스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개별요금제는 오는 10일 전격 도입된다. 정부 승인을 거친 후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개별요금제는 가스공사가 개별 발전사와 직접 가격 협상을 펼치는 제도다. 지난 6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가스공사와의 계약 기간이 수년 이상 남아있는 업체에는 개별요금제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직수입 또는 개별요금제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LNG를 확보할 기회를 놓치고 기존의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